'지역일꾼' vs '평화일꾼'···임종석 대리설욕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2.04.06 18:02

[총선 격전지를 가다]서울 성동을 새누리당 김동성 vs 민주통합당 홍익표

"홍익표 후보는 지역구 의원의 역할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낙하산 타고 온 분이라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니 'MB정부 심판' 외에 더 할 얘기가 있겠나"(김동성 새누리당 후보)

"김동성 후보는 시의원·구의원이 내놓을 공약을 자랑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성동의 비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다 큰 밑그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홍익표 민주통합당 후보)

19대 총선을 1주일 앞둔 4일 만난 서울 성동을 지역의 여·야 후보의 선거 전략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재선을 노리는 김 후보는 이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토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지역발전을 위해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지난달 20일에야 전략공천이 확정돼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홍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로서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홍 후보는 "MB정부 심판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위해 유권자들이 야권에 힘을 실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성동을은 13대 이후 치러진 6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4번 승리할 정도로 '야성(野性)'이 강한 지역이다. 16·17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386세대' 대표주자였던 임종석 전 의원을 연거푸 당선시켰다. 그러나 4년 전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김 후보는 뉴타운 열풍을 등에 업고 임 전 의원을 약 5% 포인트 차로 눌렀다.

19대 총선 역시 김 후보와 일찌감치 민주당 공천을 받은 임 전 의원의 '리턴매치'가 예정됐었다. 지역구내 가장 큰 대학인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 전 의원과 성동을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박이' 김 후보의 조직대결이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임 전 의원이 공천을 포기하면서 강력하게 추천한 홍 후보가 긴급 수혈, 선거구도가 바뀌었다.

홍 후보는 지역구내 인지도에 대한 약점을 인정했다. 4일 왕십리역 유세현장에서 만난 그는 "한양대에서 공부하며 성동을에서 청년시절을 보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인지도가 낮은 것도 정치신인이라면 거쳐야 할 약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한 개인을 뽑는 동시에 이명박 정권 심판과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을 결정하는 선거"라며 "MB심판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야권 후보가 누군지 몰랐지만 선거유세가 본격 시작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동문인 임 전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학 다닐 때 개인적 친분이 없었다. 2000년 이후 북한 연구자와 국회의원으로 만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임 전 의원이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서 남북관계 해결에 대한 자신의 희망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민주당 비례대표 및 지역구 후보 중 남북관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며 "내가 국회에 진출하면 단기적으로는 5·24 조치 후 중단된 남북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경협을 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의 허브로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매일 지역구 전체를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일꾼론을 전파하고 있다. 이날 용답시장 유세 현장에서 만난 김 후보는 "불가능한 공약이 아닌 입법 활동, 지역사업 지원활동 위주로 공약을 마련했다"며 "지역 밀착형 후보, 서울에서 비교적 개발이 더딘 성동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이번 선거는 '낙하산'을 타고 날아 온 사람과 이곳에서 나고 자란 '뿌리깊은 나무'의 대결 구도다. 낙하산은 바람에 날아가지만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할 일 많은 성동구는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약만 내세운다'는 홍 후보의 비판도 일축했다. 김 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남북관계 얘기만 얘기하면 '뜬 구름 잡는 소리'라고 혼난다"며 "나 역시 국방위원회에서 남북관계, 외교정책에 주력해 왔고 대정부질문을 가장 많이 한 의원으로도 뽑혔다. 남북관계를 몰라서, 콘텐츠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세는 김 후보가 앞서 나가고, 홍 후보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성동을은 당선 안정권"이라며 "자체 조사 결과 7~10%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 후보 캠프는 "김 후보의 현역 의원 프리미엄 때문에 초반 열세였지만 백중세로 따라 잡았다"며 '막판 역전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김 후보의 인지도가 월등한 표정이었다. 왕십리역 앞에서 만난 황모씨(62여)는 "임종석 의원 때는 지역에 쓰는 모습이 부족했다"며 "김 후보가 4년 동안 일하면서 그런 부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용답시장에서 만난 임모씨(57·여)는 "4년간 김 후보가 성동구를 위해 착실히 일했다. 보통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의정활동 하느라 지역을 안 챙기는데, 김 의원은 구석구석 다니며 서민을 돌봤다"며 "재선에 성공해 지역 현안을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20~30대 젊은층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양대에서 만난 유모씨(26)는 "국회의원 선거 때는 당을 보는 편"이라며 "새누리당은 기득권의 이익만 옹호한다고 느껴 민주통합당에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근동에 사는 이모씨(20·여) 역시 "아직 총선 공보물을 받아보지 못해 후보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면서도 "MB정권 심판과 지역발전이라는 명분 중에서는 심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어버이날, 용돈 얼마 받고 싶으세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4. 4 '코인 천재' 아내, 26억 벌었다…명퇴 남편 "내가 요리할게"
  5. 5 "현금 10억, 제발 돌려줘요" 인천 길거리서 빼앗긴 돈…재판부에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