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사수'vs'서민대변 "시간이 금, 한표라도 더…"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홍재의 기자 2012.04.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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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의왕-과천, 박요찬-송호창 '정치신인' 대결

"의왕시·과천시, 두 개의 시가 통합되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는 넓어 경선을 두 번 치르는 기분입니다."

지난 3일 만난 송호창(45) 민주통합당 후보는 비바람이 불어 닥친 추운 날씨 속에서 3시간 가까이 차량 유세를 하다 보니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민들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이크 앞에 서서 "형님 반갑습니다, 장사 잘 되시나요? 의왕·과천시의 발전을 제가 이루겠습니다"를 반복해 외쳤다. 어떤 후보들은 녹음 해놓은 것을 틀기도 한다는데 송 후보는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직접 마이크 앞에서 목소리를 낸다고 했다.

"지금은 시간이 금입니다. 비가 온다고 유세 일정을 취소할 수 있나요. 한 분의 주민 마음을 더 얻기 위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는 날씨 탓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박요찬(51) 새누리당 후보의 마음은 조급해 보였다. 송 후보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다소 밀리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총선기간 동안 표심을 더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변호사·세무학 박사 출신 박 후보와 '촛불변호사'로 유명한 송 후보가 의왕·과천 지역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인천과 경기, 충청, 강원의 지역구 21곳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 조사(유권자 500명씩)를 실시해 3일 공개한 결과 의왕·과천 지역에서는 송 후보가 38.5%로 박 후보(33.0%)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의왕·과천 지역은 대대로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1996년 15대 총선으로 데뷔한 안상수 의원은 18대까지 연이어 당 선되며 16년간 의왕·과천을 이끌었다. 이번에 새누리당은 당 대표를 지낸 안상수 의원 대신 박요찬 변호사를 전략 공천했다. 박 후보는 현대증권,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
박요찬 새누리당 후보가 의왕·과천시 유세활동을 하며 주민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박요찬 새누리당 후보가 의왕·과천시 유세활동을 하며 주민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박 후보의 과제는 안상수 전 대표의 색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박 후보는 검사시보 시절부터 안 전 대표와 인연을 맺어 '안상수 키드'로 불렸다. 박 후보의 선거전을 돕는 이들도 안 의원 보좌진 출신이다.

박 후보는 "이 지역에 안의원과 새누리당의 갖춰진 조직이 있기 때문에 그 조직이 저를 도와주고 있다"며 "변화를 수용하려는 저를 지지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의왕과 과천은 기존에 내세웠던 공약들이 좋았기 때문에 그것을 승계하려고 한다"며 "공약들이 아직 추진 단 계이기 때문에 지식정보타운 조성 등 잘 이어나가는 것이 숙제이고 공약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 분들이 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살려 표심을 얻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친분이 있는 탤런트 김유석씨(왼쪽), 강금실 전 법무장관(가운데)과 함께 차량유세를 하고 있다.송호창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친분이 있는 탤런트 김유석씨(왼쪽), 강금실 전 법무장관(가운데)과 함께 차량유세를 하고 있다.
송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박 후보를 앞선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TV토론에서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해 '촛불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를 탄 영향이 크다. 그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대변인으로 뛰기도 했다.

특히 13년 동안 과천·의왕 지역에 거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낙후된 지역의 발전과 변화를 내세운 점은 박 후보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송 후보는 "박 후보는 대기업의 세금문제를자문하고 그 세금을 깎아주는 일을 했지만 나는 인권변호사로 서민들의 인권을 위하고 서민들의 편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인생 그 자체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새누리당이 장기집권하면서 민생경제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지역주민의 불만이 높다"며 "특히 교육 시설이 열악해 특수, 차별화 학교를 만들어 의왕·과천시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의왕·과천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보니 안상수 전 의원과 새누리당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30년 가까이 과천에서 살아온 60대 전 모씨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지지했었다"며 "매번 안상수씨를 지지했지만 돌아온 건 없고 실망만 남았다"고 말했다.

중앙동 시민회관에서 만난 50대 권 모씨(50대) "과천은 공기도 좋고 살기 좋은 곳인데 정부기관 이전 등으로 가뜩이나 지역이 어수선한 판에 이 지역을 잘 모르는 신인을 전략공천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 MB정권이나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이 야권 지지로 옮아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과천 주공아파트에 사는 이정근씨(58)씨는 박 후보에 대해 "박 후보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예전부터 새누리당을 지지해 왔다"며 "이번에도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민주통합당은 이번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반감을 사게 한다"고 말했다.

과천 지하철역에서 만난 40대 김 모씨는 "안 전 의원이 지역을 위해 잘 못했던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를 한번 더 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두터운 의왕에서는 정권심판 목소리가 컸다. 의왕·과천시의 경우 유권자수가 17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의왕의 유권자수는 과천시의 두배를 넘어선다. 민주통합당이 의왕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곡동 주변 아파트 만난 김영의(44)씨는 "송 후보가 100분 토론에 나온 것을 봤는데 박원순 측근인 부분도 있고 정직하고 믿음직해 보였다"며 "박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도 많지만 송 후보는 확실히 인지도 면에서도 앞선다"고 말했다.

부곡동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유 모씨는 "박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적이 없다"며 "송 후보는 직접 인사도 다니고 차량 유세도 하고 선거운동원들의 모습도 자주 보여 열심히 하는 것이 느껴져 지역을 위해서도 일꾼다운 모습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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