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강타' 도봉갑 "정치신인 만만히 보지 마라"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2.03.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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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기업가 유경희vs 민주화운동가 인재근, 도봉갑 누가 품을까

정치권에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여야 모두 대표가 여성이고 4·11 총선에서도 각 당을 대표해 뛰고 있는 여성 후보들이 적잖다. 그 중에서도 서울 도봉갑은 서로 판이한 경력을 가진 두 여성이 출사표를 던져 주목받고 있다.

여성 기업가 출신의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와 고(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인재근 후보 둘 다 정치 신인으로 첫 금배지에 도전한다. 이들은 새벽 6시부터 저녁 10시가 넘어서까지 직접 발로 뛰는 강행군을 소화하는 강인함을 보였다. 무엇보다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에게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도봉갑을 돌며 만난 상인과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3선을 했던 김 고문을 쉽게 기억해냈다. 인 후보 역시 김 고문의 배우자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 인지도에서 유 후보를 앞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인지도가 곧바로 지지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30일 오후 2시30분 도봉경찰서를 방문 관계자들과 학교폭력, 여성인권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br>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30일 오후 2시30분 도봉경찰서를 방문 관계자들과 학교폭력, 여성인권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창동에 사는 김모씨(56)는 "김근태 씨를 좋아했지만 김 씨를 좋아한다고 해서 인재근 후보를 잘 알지 못하는데 무턱대고 지지할 수는 없다"며 "유경희 후보와 인재근 후보의 공약을 잘 살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 후보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실천가족협의회,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활동을 하는 등 재야 민주화운동에 힘을 쏟았다. 지금은 한반도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어머니이자, 인권·민주화 운동가로 여성인권이나 학교폭력, 민주주의 발전 등에 관심이 높다.

지난 30일 도봉경찰서를 찾은 그는 김진표 도봉경찰서장과 10여 분 동안 학교폭력 방지와 여성인권 침해 등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전담부서인 '여성·청소년계' 부서를 들러 직원들도 격려했다.

인 후보는 3선 의원의 배우자로서 내조를 한 탓에 이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점을 큰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서울시에서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곳이 도봉구 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젊은 시절은 민주화운동을 하는데 바쳤지만 남은 인생은 도봉구의 발전을 위해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외된 사람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대우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 후보는 ▲동부간선도로 도봉구간 전면 지하화 ▲창동·상계 광역연계거점 특화개발 ▲우이천 생태하천 완공 ▲초안산·쌍문근린공원 둘레길 조성 ▲창동역 주변 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경희 새누리당 후보가 노봉갑 지역의 한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유경희 새누리당 후보가 노봉갑 지역의 한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한콘크리트 대표이사인 유 후보는 여성 기업가로서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그런 탓인지 소상인, 생계형자영업자가 많은 도봉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유 후보는 "도봉구에서 어렵게 일하는 1인 사업자들은 세금을 잘 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기업 활동을 10년 넘게 해온 경험을 살펴 그들을 대변하는 의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적극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도봉갑에는 소득 수준이 높은 북한산 아이파크가 있다. 1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바로 그 앞에는 중공업 공장들이 들어섰다. 공장 소음으로 거주민들이 거주 침해를 받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후보는 "지역 내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조속히 해결해야 하고 뒤떨어져 있는 교육, 의료, 노인건강 시스템도 도입해 도봉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도봉갑에 소상인들이 많고 주택가 1층에서 가내수공업, 1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엄마가 편한 세상,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자는 선거 슬로건을 내놨다.

그는 "CEO로 일을 해왔고 한 부모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직장에 나가는 여성이 많고 위탁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이 문제도 해결해야할 것"이라며 "엄마가 편안한 세상, 그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꾸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서로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격전을 벌이고 있는 탓인지 선택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쌍문3동에 사는 나영대(48)씨는 "김근태 의원을 좋아했지만 그런 부분이 인재근 후보를 지지하는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예전에는 한나라당을 지지했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돌아섰고 경제 어려움을 피부로 느낀 사람들은 야당 쪽으로 돌아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5동에 거리에서 만난 임교일(28)씨는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며 "유 후보가 서민의 편에 선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생각돼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문3동에 거주하는 최숙자(72)씨는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양쪽 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서민 경제가 어려운 만큼 이를 잘 해결해 나갈 것 같은 후보를 뽑을 것이고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女風강타' 도봉갑 "정치신인 만만히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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