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에서 하나로 줄어든 금배지, 가져갈 주인공은?

머니투데이 사천(경남)=김상희 기자 2012.04.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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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경남 사천·남해·하동, 여상규 vs 강기갑 vs 이방호

지난 4일 경남 사천 삼천포에 5일장이 열린 날, 사천·남해·하동 지역구 출마 후보들은 모두 시장으로 모여들었다. 사천·남해·하동이라는 넓은 지역구에서 5일장은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12시부터 KNN 후보 토론회도 열려, 후보들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5일장에서 첫 유세에 나선 것은 무소속 이방호 후보였다. 이 후보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장 입구에서 유세를 하고 유권자들을 만났다. 토론회가 끝난 후 오후 2시 30분에는 시장의 양쪽 입구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와 통합민주당 강기갑 후보가 동시에 유세를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경남 사천·남해·하동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 합쳐진 지역구, 거물 정치인 경합

이번 총선에서 경남 사천·남해·하동은 이전까지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과거 사천과 남해·하동으로 분리돼 있던 두 지역구가 하나로 합쳐졌기 때문이다.



2개의 금배지가 하나로 줄어든 만큼 경쟁도 심해졌다. 특히 후보들이 전·현직 국회의원일 뿐 아니라, 당 대표, 당 사무총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들이라는 점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강 후보는 민주노동당 대표를 거쳐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 후보는 한나라당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또 법조인 출신인 여 후보도 18대에 이어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 사천-남해·하동, 지역대결


사천·남해·하동의 합쳐진 지역구로 인해 가장 득을 보고 있는 것은 현재까지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다.

지난 4일 지상파 3사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상규 후보는 38.5%의 지지율로 무소속 이방호 후보(18.2%)와 통합민주당 강기갑 후보(13.3%)를 앞서고 있다.

여 후보는 두 지역구가 합쳐지기 전, 남해·하동의 국회의원으로 이 지역의 지지도가 높다.

반면, 사천은 과거 사천에서 16, 17대 국회의원을 한 이 후보와 18대 강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표가 분산되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사천이 새누리당 텃밭인 탓에 당에 대한 지지도 여 후보 지지율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여 후보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천의 유권자수는 남해와 하동을 합친 것과 비슷한 만큼, 합쳐진 선거구에서 사천의 민심을 잡는 것은 필수다.

18대 선거 당시 유권자 수는 하동군과 남해군이 각각 4만5000명, 4만4000명이었으며, 사천은 둘을 합친 것과 비슷한 8만8000명이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통합진보당 강기갑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경남 사천·남해·하동 통합진보당 강기갑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또 지역구가 합쳐지면서 남해의 민심이 시들해졌다는 점도 변수다.

과거 남해·하동 지역구였을 때는 남해와 하동 출신 후보들이 경쟁을 벌이며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하동 출신인 여 후보가 남해·하동 전체를 대변하게 되면서 남해 지역은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18대 때는 남해·하동에서 하동 출신 여 후보와 남해 출신인 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후보가 맞붙었다.

남해전통시장의 상인은 "(남해에서)강기갑 후보나 이방호 후보보다는 그래도 여상규 후보에게 표가 가겠지만, 이번 선거는 남해 출신이 없어 남해 주민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며 "지역주의가 예전보다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 후보도 남은 기간 사천 지역에서의 지지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 후보는 "여론 조사 결과 앞서고 있지만 그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사천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하고, 나는 예산 등 실제로 사천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고 말했다.

◇ 사천지역, 신구(新舊)대결

과거 별도의 지역구였던 사천은 전·현직 국회의원 간의 대결이 치열하다.

이방호 후보는 새누리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사천에서 18대 국회의원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지역 주민들은 이 의원이 당 사무총장 등을 하며 중앙에서의 활동에 집중하느라, 사천을 등한시한 것에 주민들이 섭섭함을 느낀 점이 18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삼천포 5일장의 한 상인은 "이방호 후보는 당선 후 중앙에 더 신경 쓰고 사천을 등한시 했다"며 "국도 3호선을 11년을 끄는 등 그러한 것이 쌓여 지난 선거에서 강 후보에게 밀렸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점과 재선, 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등 쉽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이 후보가 자만한 결과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후보는 4일 삼천포 5일장 유세에서 시장에 모인 주민들에게 "4년 전 과오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은 했으며, 그의 딸도 유세 차량에 올라가 "용서를 바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무소속 이방호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경남 사천·남해·하동 무소속 이방호 후보가 4일 삼천포 5일장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강기갑 후보도 이 후보와 사천의 표를 나누는 것 외에 소위 '공중부양' 등 국회에서 보인 과격한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과제다.

강 후보는 "사천은 양분되는 부분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정치에 실망한 느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체념이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힘이 있으면서도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나면 재벌, 수도권 중심으로 간다"며 "농어민과 서민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돌을 맞고 비난 받아야 한다면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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