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에서 마주친 악연(?)의 라이벌

머니투데이 김경환,김상희 기자 2012.03.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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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새누리 허준영 vs 통합진보 노회찬…'절치부심' 노후보 재선 성공할까

봄이라고 하기엔 다소 쌀쌀한 지난 25일 아침.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와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는 주말 임에도 이른 시간부터 지역 주민들이 모인 곳을 찾아 나섰다.

허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지역 산악회 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시간 노 후보 역시 배드민턴과 축구를 하고 있는 지역 구민들과의 인사를 위해 중계역 인근 '마들 스타디움'을 찾았다.



'노원토박이'이자 노원병 지역구에서 17대 의원을 지냈던 노 후보의 지역 내 인지도는 탄탄했다. 유권자들은 멀리서도 노 후보를 알아보고 "수고 하십니다"라고 살갑게 말을 붙이며 악수를 청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노원병이 전통적으로 야당색이 강한 지역구란 점도 있지만 노 후보의 대중적인 인기를 어딜 가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허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허 후보가 원래 강남 지역에 출마하려다 잘 안되니까 이쪽으로 온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고, 일부는 "허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허 후보가 경찰청장과 코레일 사장을 지낸 만큼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내 숙원사업인 도봉면허시험장과 창동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잘 매듭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원병에서 마주친 악연(?)의 라이벌


◇노원병에서 마주친 악연(?)의 라이벌=서울 노원병 지역구는 새누리당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단숨에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4년간 절치부심한 노 후보의 재선 가능성과 더불어 두 후보의 묘한 악연(?)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 후보는 지난 2005년 경찰청장으로 재임당시 농민시위진압 과정에서 2명의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당시 허 청장의 해임을 이끌었던 이가 노 후보였다. 민주노동당 의원이었던 노 후보는 "대통령이 해임을 못한다면 국회가 나서서 탄핵소추 해야 한다"며 허 후보의 해임을 주장했다.

노 후보는 허 후보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2009년에도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코레일 노조와의 갈등이 일어나자 노 후보는 노조 측에 서서 허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현재 노원병 지역에서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노 후보의 지지율이 허 후보를 두 배 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따돌리고 있었다. 지난 19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후보가 56.9%, 허준영 후보가 27.8%를 기록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며 "새누리당은 여전히 저력이 있고 기반 조직이 탄탄하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 18대 총선에서 노 후보는 선거초반 낙승을 기대할 만큼 여론조사에 앞서다 '하버드 출신'의 세련된 이미지를 앞세운 홍 후보에게 결국 3%(2443표) 차이로 패배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허 후보는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신경을 안 쓴다"며 "선거 날까지 유세를 하면서 할 일만을 묵묵히 하겠다"고 밝혔다.
노원병에서 마주친 악연(?)의 라이벌
◇외나무 다리서 만나다=두 후보는 지난 2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허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삼성X파일 내용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만에 하나 노 후보가 당선된 후 유죄 확정이 되면 곧 이어 선거를 다시 치러야 되기 때문에 노원병 주민들에 대해서 도리가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노 후보는 "삼성X파일에서 떡값검사를 폭로한 것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행동"이라며 "그것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라는 주장인데 결코 유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법원에서 좋은 판결이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맞받았다.

노 후보는 허 후보가 주요 국가기관과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경력을 내세우자 "허 후보는 코레일 사장을 하면서 그 숱한 많은 사고를 통해 국민들 불안하게 만들면서도 '사람은 안 죽지 않았느냐'라는 식으로 사과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장 시절에도 시위농민에 대한 강경진압으로 사망사고까지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 후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평생 살아온 저에 대한 모독이며 비판이 아닌 음해"라며 "평생을 실제 국민에게 다가가서 일을 추진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허 후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인 반면 노회찬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며 "노원이 발전하려면 말이 아니라 일로 풀어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과 철도에서 현장 중심의 일을 했다"며 "노원 최대 현안인 도봉면허시험장 및 창동 차량기지 이전 문제는 각각 경찰과 철도의 문제다. 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공약에 그친 일을 빨리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지난 2008년 투표에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저조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0대 젊은 층들의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출근인사를 위해 나가보면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실현 가능한 신뢰 있는 약속과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지도는 노회찬 후보가 앞서=주민들은 빡빡한 일상생활 탓인지 정치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토박이인 노 후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 반면 허 후보는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인 듯 보였다.

상계동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여)는 "먹고 살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잘 안가진다. 허준영 후보는 몰라도 노회찬 후보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60대 김모씨(남)는 "지난번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엔 당보다도 더 좋은 인물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박모씨(남)는 "노회찬 후보가 먼저 떠오른다"며 "허준영 후보가 나온다는 것도 잘 알지만 경찰청장 때의 일도 있고 해서 이미지가 안 좋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대변인이 18대 총선 패배를 설욕하고 재입성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허준영 후보가 열세를 뒤집고 승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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