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정심판 vs 野 정권심판···朴비서실장 살아올까

머니투데이 인천=변휘 기자, 유현욱 기자 2012.04.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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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인천 서·강화갑···새누리당 이학재 vs 민주통합당 김교흥

인천 서·강화갑은 개발 이슈가 4·11 총선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여당 소속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추진했던 지역구내 개발 사업에 새로 취임한 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대거 제동을 걸면서 갈등이 고조된 것. 야당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권 심판론'을 내건 반면, 여당은 지역 개발현안을 바탕으로 '시정 심판론'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與 시정심판 vs 野 정권심판···朴비서실장 살아올까


여·야 '심판'의 선봉장으로는 현역 의원인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와 김교흥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섰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한 차례 격돌했던 후보들의 '리턴매치'다. 4년 전에는 이 후보가 4만5356표(53.77%)를 얻어 3만3308표(39.49%)에 그친 김 후보를 눌렀다.



◇이학재 "지역 현안 해결은 내가 적임자" = 이 후보는 서구청장을 마친 직후 첫 여의도 입성 도전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상대를 제쳤다. 18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 탄탄한 지역기반과 초선 의원답지 않은 정치적 비중을 과시했다.

선거 초반 판세 역시 이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경인일보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6.6%의 지지율로 김 후보(29.4%)를 7.2% 포인트 차로 앞섰다. 후보 인지도 면에서도 84.2%로 김 후보(53.2%)를 크게 앞질렀다.



↑인천 서구 강화갑에 출마한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가 1일 신현동 서구중앙시장에서 유권자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인천 서구 강화갑에 출마한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가 1일 신현동 서구중앙시장에서 유권자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1일 인천 신현동 서구중앙시장에서 만난 이 후보는 "안상수 전 시장 당시 확정됐지만 송영길 시장 취임 후 중단된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개발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는 바로 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발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거나 시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송 시장은 방치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김 후보가 바로 송 시장의 인수위 시절 시민소통위원장이었는데, 직함에 걸맞지 않게 주민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실제로 중·장년층 유권자들은 지역개발 현안에 민감한 표정이었다. 신현동에서 만난 박모(62)씨는 "서구가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더디고 송 시장 취임 후에는 더욱 방치되는 사업이 많다"며 "적어도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후보가 말하는 개발 공약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이라는 정치적 비중도 이 후보의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는 표정이다. 심곡동에 사는 주부 최모씨(51)는 "결국 서민들이 다 같이 잘 살려면 지역개발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이 후보가 박근혜와 가깝다는데, 대선 때 박근혜가 유리하니 힘을 실어주는 게 국정 운영과 지역발전에 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 위원장이 2004년 총선을 지휘했던 '천막당사'를 신현동 소재 선거사무소에 재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의원은 "과거 이 지역이 여당에 유리한 지역구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승리하는 게 비서실장으로서 박 위원장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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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흥 "새누리당 비리, 이제는 바꿔야 할때" =반면 선거 초반 열세였던 김 후보는 "투표일이 다가올 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기호일보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3.1%의 지지율을 얻어 이 후보(39.9%)를 3.2%p 차로 눌렀다.

김 후보 측은 초반 열세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접어들었고 "남은 열흘 동안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지역에서 활동한 만큼 "대형 개발사업만을 주장하는 이 후보보다 효과적인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날 가좌2동 예일감리교회 앞 유세현장에서 만난 김 후보는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개발,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는 이 후보만의 공약이 아니다"라며 "루원시티의 경우, 개발에 따른 동반상승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청·공기업·호텔·컨벤션센터와 같은 '앵커시설'을 함께 유치하는 등 더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흥 민주통합당 후보가 1일 가좌2동 한 음식점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김교흥 민주통합당 후보가 1일 가좌2동 한 음식점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 추세에 대해서는 "MB심판론과 야권 단일화, 후보 인지도 등이 올라가면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 역시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서구 주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중에서는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에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곡동에 사는 김모씨(36)는 "민간인 사찰 문제만 봐도 여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 역시 민주통합당을 찍을 생각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좌2동에 사는 택시기사 김영길(69)씨도 "승객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게 바꿔야 한다는 것, 둘째는 새누리당 비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기업인이나 노동자나 모두 비슷한 생각이더라"라며 "나 역시 원래 고향은 경북이라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MB정권이 서민들 살기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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