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vs 노무현' 박빙의 승부, 누가 웃을까?

머니투데이 김경환,김상희 기자 2012.03.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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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서울 은평을, 친이계 좌장 이재오과 맞붙은 '노무현의 입' 천호선

'이명박 vs 노무현' 박빙의 승부, 누가 웃을까?


#1. 이재오 의원은 매일 오전 5시30분이면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선다. 지난 2010년 7·28 재보궐 선거를 통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나 홀로 선거'를 위해서다.

이 의원은 보좌관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지역구를 누비고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자전거를 타면 제한된 시간 내에 좀 더 많은 지역을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미국 연수 시절에도 왕복 2시간30분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 자전거 생활을 실천해왔다.

이 의원은 특유의 소탈함과 친숙함이 강점이다. 특히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내리 4선 의원을 지내면서(재보궐 포함) "어느 집에 수저가 몇 개 있는지"를 알 정도로 지역구 사정을 잘 꿰고 있다.



그는 매일 1시간씩 쓰레기를 주우며 청소 봉사를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무료 배식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불광동 대조시장에 만난 이재오 의원은 빨간 모자, 빨간 점퍼, 파란 목도리 차림에 역시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그는 시장을 지나가며 상인들에게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건넸고 상인들은 늘 보던 이웃 상인이나 단골손님, 동네주민을 대하듯 스스럼없이 인사에 답했다.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이 의원은 사흘이 멀다 하고 시장을 찾는다"며 "오늘은 일꾼처럼 입었지만 평소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잘 다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죽을 파는 상인은 "이 의원은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며 "이곳 토박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명박 vs 노무현' 박빙의 승부, 누가 웃을까?
#2. 이재오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큰 길이 아닌 동네어귀의 작은 이면도로로 가야 한다.

그는 매일 퇴근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지하철 입구가 있는 큰 길 대신 동네어귀의 작은 길을 택한다.

큰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는 그냥 상투적인 인사만 나눌 정도로 약간의 벽이 있지만, 동네 작은 길에서 만난 이들과는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천 후보는 "동네에서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악수와 대화를 청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매일 매일 출근 인사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며 "쓴 소리는 물론 지역 발전에 대한 건의를 허심탄회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이 잘하셨던, 못하셨던 바꿀 때가 됐다는데 주민들이 많은 공감을 해주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는 "언론에서 수시로 발표하는 여론조사결과가 어떠하든 선거일까지 변함없이 1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 할 것"이라며 "4선의 이재오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인지도를 올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했다는 점에서 안쓰럽고 정감이 간다"며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평을, MBvs노무현 박빙 승부=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참여정부 대변인 출신인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의 격돌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리전이다. 이들 지역은 양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은평을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관록의 이 의원이 앞서 가고 있지만, 천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게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야당색이 강한 지역인 은평을에서 1996년 처음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의원에게 일격을 맞았다. 그러나 2010년 7월 보궐선거에서 장상 전 민주당 대표와 천호선 후보(당시 국민참여당)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심판론이 나오면서 MB의 최측근인 이 의원에 대한 호감도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천 후보와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인 국민일보의 여론조사(GH코리아, 19~20일)에 따르면 이재오 후보가 44.9%, 천호선 후보가 44.2%로 0.7% 포인트라는 박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19일) 결과는 이재오 37.3%, 천호선 32.8%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에는 최근 불거진 통합진보당의 여론조사조작 파문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천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낮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오 현역 프리미엄, 젊은층 중심으로는 정권심판론=지역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현역인 이 의원에게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편이었다. 지역구 사정에 밝고 은평구에서 지금껏 많은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지역구 사정보다는 '정권심판론'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60대 김모씨(불광동)씨는 "이재오 의원은 오다가다 만나 악수를 한 적도 있다. 소탈한 면이 좋아 보이더라"면서 "거물급 후보를 뽑는 게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반면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아직 결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야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워낙 실정을 많이 했다는 점에서 여당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무관심층이나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았으며, 야권연대 과정에서 벌어진 여론조사 파문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택시기사 이세구(54)씨는 "아직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고민 중이지만 사는 게 팍팍한 만큼 전세값을 잡을 수 있는 후보가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자영업자 김 모씨는 "이번엔 (국회의원을) 바꾸자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작사건을 보면 야당 후보도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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