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리턴매치···'갈대' 유권자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유현욱 기자 2012.03.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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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서대문갑 이성헌-우상호···박근혜-한명숙, 여야 대표 대리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과 신촌동, 연희동, 홍제동, 창전동 등에 사는 13만2000여명의 유권자들. 서대문갑 주민들은 여·야, 어느 한 쪽에도 마음을 몰아주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이후 치러진 세 번의 총선에 같은 두 후보들이 연거푸 나왔다. 그러나 선택은 매번 달랐다.

갈대와 같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새누리당의 이성헌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우상호 후보 모두 바짝 긴장한 표정이다. 두 후보는 지역구 안에 위치한 연세대 출신으로 서대문갑에서만 네 번째 승부를 벌인다. 지금은 적으로 돌아섰지만 연세대 81학번 동문으로 민주화운동에 함께 투신한 오래된 인연이다.



ⓒ19대 총선 서대문갑에 나서는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서대문구 독립문역 앞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있다.ⓒ19대 총선 서대문갑에 나서는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서대문구 독립문역 앞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있다.


특히 4·11 총선에서 두 후보는 각 당 지도부의 '대리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4년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일할 때 비서실장이었고, 2007년 대선 경선때는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단장을 맡았다.

우 후보는 현재 민주통합당의 주축인 '486 그룹'의 핵심 멤버다. 특히 한명숙 대표 체제를 떠받치는 세력이 바로 친노(친노무현) 그룹과 486이고, 우 후보는 당 전략홍보본부장 직함도 갖고 있다. 우 후보의 국회 재입성 여부에 민주통합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상대전적은 이 의원이 2승 1패로 앞선다. 16대 총선에서는 이 후보(46.6%)가 우 후보(44.8%)를 1.8% 포인트로 뿌리쳤지만, 4년 뒤에는 우 후보(45.7%)가 이 후보(43.8%)를 1.9%포인트 차이로 뒤집었다.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열풍을 등에 업은 이 후보(51.6%)가 우 후보(43.5%)를 8.1%포인트 차이로 비교적 여유 있게 눌렀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치러진 결과는 뒤집어졌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서대문구 득표율은 박원순 후보(48.2%)가 나경원 후보(43.1%)보다 5.1%포인트 많았다. '박원순 캠프' 대변인으로 뛴 우 후보가 '나경원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이 후보를 꺾었다.

ⓒ19대 총선 서대문갑에 나선 우상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19일 지역구내 안산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상호페이스북ⓒ19대 총선 서대문갑에 나선 우상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19일 지역구내 안산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상호페이스북
우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한 '정권심판론'이 이번 총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친 우 후보는 "지난 4년 간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자중심 경제정책, 권력형 부정부패 때문에 힘들었다"며 "총선은 이에 대한 평가시험"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후보는 '지역인물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8대 의정활동 기간 동안, 홍제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고 안산을 정비하는 등 지역구내 성과를 내세우며 "정치투쟁, 이념투쟁을 앞세우는 '투사'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 번의 총선을 치르는 만큼 두 후보의 지역구내 인지도는 높았다. 23일 영천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58)씨는 "이성헌은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고, 우상호는 품성이 좋다"며 "인물로만 따지면 누가 낫다고 할 수 없어, 당을 보고 찍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천동에 사는 경정희(53)씨 역시 "이성헌과 우상호, 두 사람 인물을 보는 것 보다는 당에 따라 표가 갈릴 것"이라며 "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찍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새누리당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번 같은 인물에 대한 식상함을 호소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서대문구청 앞에서 만난 김모씨(64)는 "뽑아준 사람이 잘하면 계속 지지하게 되는데 별로니까 매번 번갈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찍어준 것"이라며 "이성헌과 우상호, 모두 엉뚱한 짓만 해서 누가 되도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안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에도 '박빙'이다. 앞서 8~9일 진행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는 31.4%, 우 후보는 26.7%의 지지를 얻어 4.7%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박희진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우 후보는 야권연대 효과를 보고 있다. 16~17일 진행된 동아일보-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35.7%)와 우 후보(34.8%)의 격차가 불과 0.9%포인트로 초접전 양상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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