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4·11 총선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는 절대 강자가 사라졌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신 '호남지킴이'를 자처하며 새누리당 깃발을 들고 나선 이정현 후보와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27년만의 '민주당 독점'은 깨진다.
ⓒ광주 서구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이 후보의 당선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통합당이 앞세우고 있는 '낙동강 벨트' 공략과 맞먹는 한국정치사의 혁신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동안 야권이 부산·경남(PK) 더디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광주 서구을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9일 만난 두 후보 모두 매일 요동치는 판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풍암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이 후보는 자전거를 탄 사모관대 차림이었다. 그는 "솔직히 광주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를 눈여겨 봐주지 않는다"며 "이렇게라도 눈길을 끌고 싶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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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약진에 대해서는 "초선 비례대표 시절부터 호남 예산 지킴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 진정성이 광주 서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서 후보의 사퇴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판세는 계산하지 않고 뛰어왔다. 정치적 이득과 당선 가능성, 판세만을 고려했다면 광주에 도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앞만 보고 '호남지킴이'라는 진정성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남은 기간 동안 철저히 '인물론'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 만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조력을 구할 법 하지만 "나는 내 선거를 하고 있다. 누구에게, 또는 어떤 세력에 의지해 선거를 치를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30일 광주를 찾는 박 위원장도 이 후보를 위한 특별한 지원유세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4.11 총선 선거운동 시작 첫날인 29일 오전 광주 서구을 새누리당 이정현후보가 이색복장에 자전거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제공
진보정당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서는 "비교적 경제수준이 높은 상류층 유권자들, 사업하는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우려가 남아있을 것"이라면서도 "광주 기업인들도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MB정권에서 호남에 대한 차별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지역구내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현안도 제시했다. 오 후보는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상당히 폭넓게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며 "중앙공원 국가공원화, 금호동 교육인프라 확대, 탄약고 이전부지 활용문제 등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을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
금호동에서 만난 이미희씨(52·여)는 "이 후보는 새누리당이지만 광주에 예산을 많이 끌어왔고, 오 후보는 얼굴은 많이 비췄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한 건 없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인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뿌리 깊은 반새누리당 정서로 인해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반응도 많았다. 풍암동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67·여)는 "이 후보가 이제껏 잘해 왔고 연설도 마음에 쏙 들게 한다"면서도 "그래도 1번은 좀 더 그렇다. 서민이 잘 살아야지, 부자가 더 먹으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오 후보에 대해서는 야권 단일후보인 만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쌍촌동에서 만난 장혜영(49·여)씨는 "무조건 민주당만 찍지는 않는다. 심판할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광주는 야권의 성지고, 국회에서 의석수 하나라도 줄어들면 안 되니까 오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풍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나모씨(49·남) 역시 "무슨 당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오 후보가 이 지역에서 오래 일했고, 친근하게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