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女 그리고 18년 베테랑과 새내기 대결

머니투데이 김경환,유현욱 기자 2012.04.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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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경기 광명을, 새누리당 전재희vs민주통합당 이언주

"전재희 후보를 지지한다. 전 후보는 광명시 토박이로 광명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반면 이언주 후보는 광명시에 연고가 없고, 이번 선거를 위해 얼마 전 타지에서 전입해 왔다. 지역구 현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나 싶다."(20대 남자 회사원 이모씨)

"전재희 후보는 너무 오래했다. 이제 바꿀 때가 된 듯하다. 이언주 후보 같이 추진력 있고 패기 있는 젊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젠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안동 60대 남자 김모씨)



30일 오전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방문한 경기 광명을 지역구.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 대 여성'이자 '최초 대 최연소'란 진기한 기록을 가진 후보들 간 맞대결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총선 경기 광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가 경기 광명시 하안사거리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br>
총선 경기 광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가 경기 광명시 하안사거리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새누리당 전재희 의원은 25세이던 지난 1973년 여성 최초로 행정고시(13회)에 합격한 뒤 여성 최초 관선·민선 자치단체장(광명시장)을 지냈다. 3선 18년 경력의 정치 베테랑으로 지역구 현안은 물론 중앙정치무대에도 정통하다.

이에 맞서는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는 사법고시(39회) 출신으로 정치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신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5세 나이로 30대 기업 최연소 여성 임원 타이틀(S-Oil 상무)을 따낸 만만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판세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광명시장을 2번이나 역임하고 광명을 지역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관록의 전 후보가 다소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권심판론'과 '새로운 변화'를 앞세운 이 후보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가장 최근인 22일 중부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36%, 이 후보가 30.7%를 기록, 전 후보가 5.3%포인트를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40.8%, 이 후보는 3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 후보는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명박 바람'을 등에 업고 2만9218표(55.95%)를 얻어 1만8699표(35.81%)를 얻은 통합민주당 양기대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女·女 그리고 18년 베테랑과 새내기 대결
단, 이번 선거에선 전 후보의 이 같은 화려한 정치 경력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선 지지 의사와 별도로 "너무 오래한다. 변화가 필요하긴 하다"며 전 후보에 대한 피로감을 얘기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탓에 '정권심판론'에 취약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반면, 이 후보는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전략 공천돼 선거직전 이주해왔다는 점도 점수를 깎아내리는 요인이다. 과거에도 타지에서 온 후보들이 선거에서 패배 후 떠났던 것에 일부 주민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두 후보 간 장·단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만큼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좁히려는 선거 행태도 차이가 있었다.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조용히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유세를 선호했다.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선거 홍보물과 명함에 QR코드를 부착, 스마트폰을 유세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전 후보 측 관계자는 "아마 이번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스마트폰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후보가 전 후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 후보는 "장관 시절 시장경제론자들에 맞서 복지를 확대해왔고 이명박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영리의료법인도 반대했다. 항상 서민의 입장에서 공직 생활과 정치를 해왔다"며 야당에서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에 대해 거리를 뒀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광명에 온지 채 한 달이 안됐을 것"이라며 "2~3년 전부터 내려와서 지역의 주민들과 같이 살면서 현안을 파악을 하고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신인으로서의 새로운 정치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을 바탕으로 광명역세권 활성화와 보금자리주택지구 정상개발, 인프라 확충 등 광명시 현안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경기 광명을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경기 광명시 철산3동 주공아파트 상가를 찾아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스1<br>
총선 경기 광명을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경기 광명시 철산3동 주공아파트 상가를 찾아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스1
반면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인 이 후보는 유세차량을 타고 활발하게 지역구 곳곳을 누볐다. 경쟁했던 김성현 통합진보당 후보도 이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야권단일후보'란 이점을 적극 활용했다.

이 후보는 "전 후보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젊은 분들의 반응이 좋고, 흐름 자체도 제 쪽으로 왔다고 생각한다"며 "전 후보가 18년간 광명 지역에서 정치생활을 해왔지만 광명시에는 그동안 눈에 띈 변화가 없었다. 18년간 못했는데 앞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전문 분야가 투자와 상거래다. 투자 촉진과 복합단지 활성화에 대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입체적인 광명역세권 개발에 나설 수 있다. 젊은 열정과 패기로 광명 지역에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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