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신경민,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영등포을 빅매치'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황보람 기자 2012.03.29 09:40
글자크기

[총선 격전지를 가다]권영세·신경민 '여의도 대전' 3.1%포인트차 접전

권영세-신경민,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영등포을 빅매치'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요? 박빙이다, 맹추격이다 하는데 추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 잡아 당선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죠."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

"격전지라는 표현 쓰지 마세요. 저희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끝까지 1위를 지켜 당선에 성공할 겁니다."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 보좌관)



영등포을이 그야말로 격전지 중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실세로 통하는 권영세 사무총장과 MBC 앵커 출신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영등포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당의 실세 중진 의원'과 '제1 야당의 앵커 출신 정치 신인'의 맞대결.

지난 2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이틀간 지역구별 유권자 6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영등포을에서 권 후보는 35.5%로 신 후보(32.4%)를 오차범위인 3.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6일 같은 기관의 조사에선 권영세 39.7%, 신경민 30.1%로 격차가 9.6%포인트였지만 열흘 만에 격차가 6.5%포인트나 좁혀진 셈.

영등포을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있을 뿐더러 증권가 금융가 등이 포진돼 있다. 상중하위 소득계층이 고루 분포돼있고,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문제도 혼재돼 있다.

교육과 교통문제, 신길동 뉴타운 개발 찬반논란, 여의도 전략개발지구 백지화,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 반대 등 이슈도 다양하다.


그만큼 권 후보와 신 후보 간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영등포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영등포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신 후보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 28일 신풍역에서 만난 그는 '없는 자의 입장'에 서서 영등포을 주민을 대변하겠다고 말하며 명함을 건넸다.

말 그대로 그의 명함에는 '우리들의 대변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신 후보는 "보수적·중상층이 두터운 여의도와 달리 신길·대림은 최근 급증한 젊은 중산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서민들이 모여 살아 영등포을은 복합적인 특수성을 지닌 지역"이라며 "지역 특성을 이해하고 40%의 부동층을 잡아내는데 주력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MBC 앵커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는 MB정권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특히 MB정권 들어서면서 방송시스템이 악화돼 거듭 거절해온 정치권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게 결심하기까지 MB가 치어리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역구 현안에 대한 공약은 ▲교육·보육의 질 개선 ▲전통시장 활성화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 반대 ▲뉴타운 문제 해결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정 백지화 등이다.

신 후보는 "영등포의 교육 수준이 열악하고 혁신형 고등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며 "영등포에 5~6개의 재래시장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 국철·전철 지하화는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됐던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해결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풍역 출근길 인사를 마친 그는 민방위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박선규 새누리당 박선규 영등포갑 후보를 만났다. 박 후보는 "맹렬하게 추격중이시라고요"라며 신 후보에게 악수를 건넸다. 신 후보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공천된 지 채 2주도 안 된 신 후보는 저녁 10시 베트민턴 동호회 방문을 마지막으로 공식일정을 정리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같은 날 만난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는 신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1위를 지켜내기 위해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1대 1 전담마크를 펼치고 있다.

오전 9시20분. 권 후보는 사무실을 나와 지나가는 주민 한 사람 한사람의 손을 잡으며 "기호 1번 권영세 후보입니다"를 외쳤다.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신길동 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신길동 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빨간 점퍼에 빨간색 운동화를 신은 그의 발걸음은 빨랐다. 주민 한명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언론의 인터뷰도 거절하고 수행원 2명과 함께 영등포을을 누비고 다니고 다닌다. 야단스럽지 않게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영등포를 가꿔온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먼저 악수를 청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3선 중진의 관록이 느껴졌다.

권 후보는 "MB정권 4년 간 잘못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평가해서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데 집중하겠다"며 "한나라당 때 실천하지 못하고 잘못한 행동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에서는 자숙과 반성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등포를 지켜온 이의 진심을 주민들이 알아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식 일정을 잡아 놓기보다 직접 영등포를 돌아다니면서 주민과 소통하는 데 주력해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의 지역공약은 ▲여의도 아파트지구 재개발 ▲여의도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조정 ▲경전철 서부선 추진 ▲어린이 영어전문도서관 설치 ▲영등포 장학재단 설립 등이다.

이처럼 권 후보와 신 후보는 궁극적으로는 같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팽팽하게 선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후보들을 평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김 모씨(36)는 "신 후보는 앵커 출신이라 그런지 인지도가 높다"며 "앵커 시절칼날 같은 클로징 멘트를 기억하고 있는데 정치에 입문해 칼날 같은 정치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길동에서 20년째 장사를 해온 이 모씨는 "권 후보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했다지만 실망감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며 "그래도 권 후보가 영등포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한 번 더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정치에 대한 혐오감도 큰 모습도 보였다. 현 정권을 최악이라고 말하면서도 정권 심판 보다는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주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신길 1동에 사는 박호갑(64)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투표를 안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투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영등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삶이 어려워서 이도저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권영세-신경민,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영등포을 빅매치'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