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수 없는 여야 '한미 FTA' 대결의 축소판

머니투데이 김경환,황보람 기자 2012.03.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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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강남을, FTA로 부딛힌 김종훈 vs 정동영

새누리당 강남을 김종훈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성당 앞에서 지역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인턴기자.<br>
새누리당 강남을 김종훈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성당 앞에서 지역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인턴기자.


#1. "무조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하면 안 돼. 우리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지. 정동영 후보도 FTA 찬성했다가 반대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 정 후보에게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시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대치2동 주부 60대 이모(여)씨)

모든 언론들이 'FTA 전도사'와 'FTA 폐기론자'의 대결로 중점 부각시킨 결과인지 서울 강남을 지역구 주민들의 FTA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30대 김모(남)씨는 "미국 이전에도 EU, 칠레 등 여러 나라와 FTA를 맺었지만 유독 미국과의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과 FTA를 폐기하라는 야당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하며 한·미, 한·EU(유럽연합) 등 굵직굵직한 FTA 협상을 이끌어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김 후보가 27일 오전 수서동에 위치한 강남구 직업재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미 FTA를 지지한다"며 악수를 청해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거리 유세에선 멈춰선 차량에서 차창을 내리고 응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김 후보에게 걸림돌이 있다면 대선주자를 지낸 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였다. 김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늦게 후보로 공천됐기 때문에 준비가 많이 늦었다.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짧은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4·11 총선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타워 상가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뉴스1 오대일 기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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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타워 상가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뉴스1 오대일 기자

#2. 같은 날 오전 9시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 가벼운 등산복 차림을 한 50대 여성이 들어왔다.


그는 "등산 가는 길에 정 후보의 실물을 직접 보려고 들어와 봤다"며 "정 후보는 국회의원을 오래했기 때문에 얼굴을 잘 알지만, 김종훈 후보는 누군지 잘 모른다. 이젠 강남도 바뀌어야 할때"며 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대치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30대 박모(여)씨도 "정 후보에 대한 평판이 생각보다 좋더라. 새누리당은 지금껏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서민들 애로사항을 잘 듣고 편안하게 잘 살게 만드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한미 FTA로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어려워진다던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정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해온 김 후보를 훌쩍 뛰어넘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에게 스스럼없이 반갑게 악수를 청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도를 지지율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한미 FTA 폐기' 주장 등 급진적 이미지가 보수층이 많은 강남에는 분명 부담이었다.

정 후보 역시 얼마 전 트위터에 "'당신은 안돼! 빨갱이 같으니라구! 여기가 어디라고!', 어제 아침 지하철 대치역에서 출근인사 중 들은 덕담(?)"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FTA 체결자와 폐기론자의 정면승부=강남을 등 강남벨트는 대구 경북 지역과 더불어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주도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폐기론자인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한미 FTA 폐기론자인 정 후보에 맞서는 카드로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도 이러한 대립구조를 더욱 명확히 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가 정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다.

지난 25일 매경의 여론조사결과에서는 김 후보가 38.7%, 30.1%의 지지율을 얻은 정 후보를 따돌렸다. 24일 서울신문조사에서도 김 후보 43.9%, 정 후보 35.1%를 기록했다. 22일 SBS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 40.5%, 정 후보 30%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어도 김 후보가 여전히 압도적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FTA란 대척점을 갖고 있어서인지 두 후보의 신경전 역시 대단했다. 정 후보는 "처음엔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했지만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이제 확 뒤집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김 후보는 철학이 다른 두 정부를 섬겼다. 물론 공무원이 정부 일을 잘해야 하지만 정치인은 일관성과 철학이 중요한데 독재에도 부역하고 민주정권에도 봉사하고 이건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이중성은 정치인에게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수렴하고 조화하고 균형하고 그런 작업이 정치가 아닐까 싶다"며 "극단적 대립을 일삼고 말을 바꾸면서 반대를 일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받아쳤다.

◇강남을, 현안을 해결하라=강남을 지역의 빈부 격차와 아파트 재건축 등의 현안도 총선의 핵심 변수다.

강남을 지역은 고급 아파트와 판자촌이 공존, 다른 강남벨트 지역에 비해 소득격차가 큰 편이다. 특히 구룡마을은 대표적인 저소득층 지역이다. 이곳 주민 2300여명은 지난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했다. 정 후보 측은 이전부터 구룡마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써 이 지역에서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정책기조가 바뀐 아파트 재건축 역시 표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 등은 요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 계획을 보류한 것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개포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민주당 시장이 들어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치동 등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60~70%대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구룡마을이 포함된 개포4동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를 0.4%포인트까지 추격,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모두 강남을 지역 현악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 강화, 서울시와의 대화 등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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