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vs'가락시장'…송파을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김세관 홍재의 기자 2012.03.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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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서울 송파을 유일호 vs 천정배···창과 방패의 싸움

천정배 민주통합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27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정배 민주통합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27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 강남벨트의 한 축인 송파을 지역구는 '롯데월드'로 대변된다. 잠실역과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아파트촌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상층'을 나타내며, '롯데월드'는 잠실의 여유와 풍요를 보여주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 송파을은 대표적인 대규모 서민시장인 '가락시장(가락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으로도 유명하다. '가락시장' 부근은 올림픽 훼밀리타운을 비롯해 재개발을 기다리는 아파트촌이 존재한다. 이곳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다.



대표적인 '중상층' 지역인 잠실동, '중산층·서민' 지역인 가락동과 문정동 사이에 자연부락이라고 불리는 완충지대인 석촌동과 삼전동이 공존하는 선거구가 바로 송파을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송파을 후보가 27일 아침 잠실 주공 5단지에서 지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송파을 후보가 27일 아침 잠실 주공 5단지에서 지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강남벨트 현역 중 유일하게 공천을 받은 초선의 경제학자 출신 유일호 의원으로 정공법을, 민주당은 경기 안산단원갑 현역 의원인 천정배 의원의 전략공천을 통한 히든카드 제시로 송파을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서울 송파을 선거구 개념이 도입된 것은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다. 17대에는 한나라당 박계동(48.88%) 후보가 열린우리당 김영술(43.27%) 후보를 이기고 국회의원이 됐고, 18대에서는 한나라당 유일호(61.01%) 후보가 민주당 장복심(35%) 후보를 압도하며 보수 정당 텃밭으로 자리매김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송파을은 보수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롯데월드'와 '가락시장' 이라는 지역 랜드마크의 이미지 차이만큼이나 주민들의 정당지지 특성이 매 선거마다 충돌하는 지역구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8개의 동 중 박 후보가 이긴 곳은 문정2동, 잠실5동, 잠실7동 등 3곳에 불과했다. 또 노무현 정권심판론이 거셌던 18대 선거 결과는 유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석촌과 삼전, 가락, 잠실본동에서는 장복심 후보도 40%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선전했다.


'롯데월드'vs'가락시장'…송파을의 선택은?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53.18%)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46.25%)를 이겼지만 석촌동과 삼전동, 가락1동, 잠실본동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이 나 후보를 압도했다.

'롯데월드'vs'가락시장'…송파을의 선택은?
진보정당에 대한 선호가 적지 않지만 보수 지지층이 집결한 잠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투표 집중도가 압도적인 새누리당 지지세로 나타나 송파을 민심을 좌우해 왔던 것이다.

유일호 후보도 이 같은 지역구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경계한다. 유 후보는 "아파트 주민들은 새누리당을, 자연부락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층이 많다"며 "강남 3구에 있는 여러 선거구 중 아마 동별 지지 정당 편차가 가장 심한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는 "강남은 당의 구도로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4년 전에 신인이었는데도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4년간 지역구를 누빈 친숙함과 경제전문가라는 특성을 내세워 재선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정공법 밖에 없다. 천정배 후보와 대립각이 선명하지 않느냐"며 "거시적으로는 MB(이명박)정부 심판론과 경제문제를 들고 올 것이고 지엽적으로는 가락시장 이전, 교육문제 등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잠실동 유권자들은 당적, 특히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호감이 남달랐다. 잠실3동에 사는 이정숙(60) 씨는 "인물은 거의 영향이 없다. 무조건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재건축 문제를 새누리당 정권이 잡아야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7동에 사는 김모(72)씨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겪어 봐서 진보가 잡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봤다"며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서 내 동년배들은 야당 쪽에 표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파을 공천이 확정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난 민주당 천정배 후보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가락동과 석촌동, 삼전동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자체적인 분석이다.

공천 직후 발표된 매일경제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천 의원은 21.2%의 지지율을 기록해 26.5%의 지지를 얻은 유 의원과는 불과 5.3%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남은 기간 중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 후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지도다. 지난 26일 가락시장에서 천 후보를 만난 유권자 대부분이 그를 알아보며 반색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들의 동네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천 후보측 선거 캠프 관계자는 "천 후보가 송파을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주민들이 많다"며 "그러나 자체조사 결과 인지도는 99%가 넘는다. 열심히 활동하면 송파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도 "송파을은 중산층이 많은 지역과 서민 밀집 지역으로 구분된다. 특히 잘살고자 하는 서민들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천정배가 그동안 상식과 양심의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송파주민들이 좋은 평가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 지지자들은 주로 젊은 층과 가락동 일대 주민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가락1동에 사는 이 모(72)씨는 "천정배는 장관도 했고 똑똑한 사람 아니냐"며 "정치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이나 국회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실3동에 사는 진 모(32)씨는 "업무 때문에 바빠서 후보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천정배 의원이 나온다고 하니 놀랍다"며 "공약을 한번 봐야겠지만 천 후보라면 해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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