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강남벨트 '野風'에 무너질까···정치신인 '초접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2.04.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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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서울 양천갑 길정우 "지역·민생정치" vs 차영 "낙하산 공천 심판"

보수여당의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이른바 '강남벨트'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인근에 위치한 강동·분당 등의 지역구를 일컫는다. 일단 공천만 받으면 실제 선거에서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하다.

여기에 지리적으로는 서쪽에 홀로 떨어진 양천갑도 '강남벨트'에 더해진다. 양천갑은 지난 14대 총선 이후 보수여당이 계속 승리한 곳이다. 최근에는 '참신한 보수' 이미지의 원희룡 의원이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서울의 대표적 중산층 지역으로 고학력·전문직 유권자들이 많아 여권에 우호적이다. 19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도 현역 비례대표 의원과 전직 차관 2명 등 유력주자가 대거 몰렸다.



서쪽 강남벨트 '野風'에 무너질까···정치신인 '초접전'


◇서쪽 강남벨트, 야풍에 '흔들'=최근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48.2%)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45.6%)의 양천갑 격차는 2.6% 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는 야권의 지지를 받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50.3%)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48.6%)를 제쳤다.

4·11 총선 투표일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여·야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거듭하고 있다. 언론계 출신으로 처음 여의도 입성에 도전하는 공통점을 가진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와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혼전의 주인공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백중세'다.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인 지난달 19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차 후보(34.8%)가 길 후보(28.7%)를 앞섰다. 그러나 지난 4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후보(40.1%)와 차 후보(37.4%)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 19대 총선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와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 ⓒ뉴스1제공↑ 19대 총선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와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 ⓒ뉴스1제공
◇길정우 "인지도와 함께 지지율 상승"=6일 양천구청역 출근길 유세현장에서 만난 길 후보는 "초반에 고전했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지율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 출마할 때는 내가 살아온 이력과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지만 정치신인의 한계가 있고 이 지역의 당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적절히 기대면서 막판 상승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무조건적인 보수여당 '외사랑'이 아니라 '인물'을 중시하는 이 지역 유권자들의 성향이 길 후보의 상승세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예일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주미한국대사관,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서울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사이버대 임원을 거친 국제적 경험과 안목이 자존심 센 양천갑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가 6일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출근길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변휘기자↑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가 6일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출근길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변휘기자
길 후보는 "예전부터 사회생활의 마지막 과제는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얻은 것을 많은 분들과 나누는 공직으로 삼겠다고 생각해 왔다"며 "여의도 정치에만 주력하면 몸은 편하겠지만 국민과는 멀어질 것이다. 지역정치·민생정치를 통해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달래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문화 분야 전문가 답게 주요 공약으로 양천지식문화랜드 조성, 스마트 교육문화재단설립, 지역구내 고등학교 증설 등을 제시했다.

◇차영 "박근혜식 독재공천, 유권자가 심판"=차 후보는 양천갑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미 새누리당을 떠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같은 날 목동 CBS본사에서 만난 그는 "자체 조사 결과 10%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최근 접전 양상으로 나온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나에 대한 각종 음해와 비방이 난무한다"며 "마타도어의 배후는 알 수 없지만, 심해질 수록 상대 후보가 어렵고 내가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다"고 말했다.

2년 전 양천갑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바닥민심을 다져온 것도 신인간 대결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다. 특히 길 후보에 대해서는 "유권자를 무시한 낙하산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차 후보는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뛰던 박선규 후보를 영등포갑으로 보냈다. 아무 지역연고가 없는 길 후보를 영등포에 보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이는 양천갑에서는 새누리당이면 무조건 된다는 발상의 '박근혜식 독재공천'으로 자존심 강한 양천갑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단 후보 스스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용에 열심이다. 이날도 한 대학원생의 트위터를 통한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30분 이상 인터뷰에 응했다. 분 단위로 선거전 시간표를 짜는 캠프 실무진 입장에서는 속이 탈하다. 그러나 차 후보는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과 만나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6일 서울 목동 CBS본사에서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한 서울대 정치대학원 학생과 만나고 있다. ⓒ변휘기자↑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6일 서울 목동 CBS본사에서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한 서울대 정치대학원 학생과 만나고 있다. ⓒ변휘기자
정치신인답지 않은 화려한 이력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MBC 아나운서를 거쳐 조순 전 서울시장 정책비서관,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민주당 대변인 등 정치·행정 분야는 물론 KT 고문과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경제계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력을 쌓았다.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라는 슬로건 아래 재벌 카드사의 금융권 이전, 통신료 인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게임관련법 개정, 재건축을 위한 주민참여형 비전위원회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길거리 민심은 '백중세'=길거리 민심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서 만난 박모씨(53)는 "지금까지는 원희룡 의원을 계속 찍었지만 새누리당에서 새로 나온 후보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라 망설여진다"며 "차 후보는 기업 경험도 있고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해 호감이 가지만 민주당 정책이 너무 나가는 듯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목5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이모씨(62·여)는 "재개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여당 후보가 더 추진력이 있지 않겠나"라며 "길 후보가 인상도 좋고 교육문제 분야에서도 전문가라고 들었다. 이 지역에 처음 와서 잘 모르지만 갈수록 표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하철 오목교역에서 만난 김현정(30·여)씨는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도 야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차 후보는 젊은 정치신인으로만 알았는데 선거 공보물에서 이력을 보고 난 후 더 신뢰가 간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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