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오너와 현대 CEO 출신의 대결

머니투데이 김경환,홍재의 기자 2012.03.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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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동작을, '종합개발계획' 정몽준 vs '삼청동식 개발' 이계안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시민들과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허경 기자.<br>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시민들과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허경 기자.


#1. 28일 오전 7시30분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숭실대역 1번 출구 앞에서 출근길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출근길에 나서던 주민들은 현역의원인 정 후보를 알아보고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는 지난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보스턴컨설팅에 입사한 정 후보의 아들 정기선씨도 힘을 보탰다.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낸 그는 이날 아침 일찍 부터 정 후보의 맞은편인 숭실대역 3번 출구 앞에서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정 후보는 이런 아들을 보고 "할아버지(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를 많이 닮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 흐뭇하다는 표정이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정 후보의 두 딸 역시 이번 선거부터 아들과 함께 지역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유덕준(68)씨는 "새누리당과 정몽준 후보를 둘 다 지지한다. 17대 노무현 정부 때에는 너무 인기에 영합한 일을 추진해 실질적인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공약을 보면 민주통합당에서는 국민을 현혹시키는 정책이 너무 많다. 현대가 오너와 CEO의 싸움인데 인물 면에서도 당 대표를 한 정몽준 후보가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근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근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 같은 시간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60)는 4호선 이수역 13번 출구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혀가며 길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17대 국회의원을 하다 18대 불출마 선언을 하고 4년간 지역구를 떠나있었던 만큼 다시 돌아온 것을 알리는 차원이었다.

4년이란 시간이 적지 않았던지 이 후보가 동작을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을 했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상당했다. 동작을 지역에 젊은 층이 많이 살아 이동이 잦다는 특성이 반영된 듯 보였다. 이 후보는 1~2명과 단출하게 다니며 인사를 나누는 것을 선호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실제로 이 후보가 다니다 보면 왜 동작을 떠났냐고 따지는 이들도 더러 있다"며 "지난 4년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우선 주민과 대화하고 이야기 듣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모(52)씨는 "이계안 후보를 2004년부터 봐왔다.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평소 인물을 보고 투표해왔다. 양쪽 다 막상막하인 것 같다. 이번엔 야당인 이 후보에게 기회를 줄까 한다"고 말했다.

◇현대家 출신의 정면 승부=강남벨트에 인접해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이 더 큰 지역인 서울 동작을에 '현대가(家)' 출신들이 맞붙었다. 바로 현대중공업 오너인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와 현대차와 현대카드 사장을 지낸 민주통합당 이계안 전 의원이다.

두 후보는 서울대 상대 동기, 현대중공업 입사 동기로 오래 전부터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동작을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나란히 경험했다.

먼저 국회의원을 한 이는 이 후보였다. 그는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 4만8402표(49.98%)를 얻어 새천년민주당 유용태 후보 1만1873표(12.26%), 한나라당 김왕석 후보 3만5388표(36.54%)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18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떠났다.
현대家 오너와 현대 CEO 출신의 대결
이후 야권 대선주자를 지낸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18대 총선에서 동작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자, 역시 여권 대선주자인 정몽준 후보가 울산에서 지역구를 옮겨 잠룡 간 빅매치가 성사됐다. 당시에는 정몽준 후보가 4만7521표(54.13%)를 얻어 3만6251표(41.29%)에 그친 정동영 후보를 따돌리고 6선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 후보가 다시 동작을에 출마하면서 '현대가'의 인연을 가진 두 후보의 승부가 성사된 것.

◇정몽준 후보의 우세와 차별화된 동작 발전 전략=야성이 강한 동작을 지역이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 후보의 우세가 예상된다.

28일 매경·MB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5.4%의 지지율로 31.9%의 이 후보를 13.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2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정 후보 41.6%, 이 후보 29.6%를 기록했으며, 24일 서울신문도 정 후보가 43.2%로 이 후보(36.6%)를 압도했다. 실제로 상도·사당동 지역에서 만난 주민 중 7대 3 정도로 정 후보 지지비율이 높았다.

두 후보 모두 동작구의 생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선거 전략을 제시했다. 정 후보는 "동작구는 한강대교 남쪽에 있어서 다른 강남권보다 먼저 개발된 원조 강남"이라며 "동작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하면서 '종합개발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도시개발을 했던 것처럼 사재 2억원을 출연해 '동작을 종합개발계획'을 만들었다. 이 계획을 통해 강남에 맞먹는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우선 1.7%에 불과한 상업용지비율을 서초구 수준인 6.8%로 확대하고 현대 계열사를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반면 이 후보는 '재벌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소상공인 지원과 골목상권 살리기 등을 내걸었다. 그리고 주민들이 떠나는 대대적인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닌 삼청동과 같은 주거 친화적 개발을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낡은 주거형태도 개선해야 한다"며 "단, 사람은 없고 건물만 있는 형태는 안 된다. 삼청동은 아파트가 아니어도 변화를 통해서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상권도 올라갔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다보니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가 오너 출신인 정 후보를 빗대 '1%대 99%'가 아닌 '0.001% 대 99.999%'의 대결이라며 대립각을 세우자, 정 후보는 "이 후보 역시 134억 원의 재력가"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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