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주52시간 버텼지만…'체급 다른' 中企는 어쩌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7.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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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등떠밀려 52시간 막차 탄 中企

편집자주 근로자의 80%가 일하고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이 됐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인력난이 시급하다고 아우성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효율성이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들도 '저녁있는 삶' 대신 '소득없는 삶'에 직면하게 됐다고 한숨이다. 도입 4년차에 들어선 주 52시간, 맷집 약한 중소기업도 연착륙할 수 있을까.

대기업은 주52시간 버텼지만…'체급 다른' 中企는 어쩌나


1일부터 시행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에 대해 중소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 붕괴되면 우리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만큼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평가다.

대기업은 버텼지만 中企는 허약
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영향 등으로 중소기업의 체력은 급격하게 약화돼 있다. 대표적인 지표는 대중소기업 생산지수 증가율이다. 이미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해 2분기에만 마이너스를 보였을 뿐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모두 전년동기 대비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올해 1분기 서비스 부문에만 생산지수가 전년동기 대비 0.2% 증가했을 뿐, 5분기동안 계속 마이너스다.



4년간 34.8%의 최저임금 인상률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지난해 15.6%를 기록, 역대 두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조차 받지못한 근로자 319만명 중 97.3%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야 현상이 유지되지만 현실은 먼나라 이야기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6.6%에 그친다. 인건비는 더 들어가는데 생산성은 따라오지 못한단 의미다.



외국인노동자외국인노동자
외국인 근로자 유입 끊겨...인력난 가중
인력 미스매치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중소기업 일자리 부족분은 21만명으로, 전 산업에서 87%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수는 대기업이 전년 대비 7만9000명 늘어나는동안 중소기업은 29만7000명 감소했다. 대기업에 이익이 몰리면서 대·중소기업간 임금·복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특히 소재를 부품으로 주조, 금형, 용접 등을 통해 제조하는 뿌리산업은 청년 근로자가 없어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실상 공급이 끊긴 상태다. 정부가 입국을 허용하는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는 4만명이지만 4월까지 입국인원은 1806명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뿌리산업은 3D 업종이란 인식이 강해 젊은 인력을 구하기 거의 불가능하고, 어쩌다 청년 근로자가 취업을 해다 하루만에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때문에 정년이 지난 60대 근로자들만 고용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뿌리산업 종사자는 51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중 60대 이상만 7% 증가했을 뿐,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으로는 한계...유연근무 확대 등 제도보완 필요
현재 정부는 52시간제 정착을 위한 방안으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함께하기 제도가 있다. 52시간을 준수하면서 근로자를 신규채용하면 늘어난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8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기간은 2년이다. 하지만 직원 50명 한도 내에서 1인당 120만원을 지원하는 노동시간단축 정착지원금은 지난달 30일자로 마감됐다. 선제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한다는 조건이 붙은 까닭이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을 현행 연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고,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를 50인 미만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또 한주간 12시간의 연장근로 허용을 노사 합의시 연·월 단위 연장근로제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노사합의를 기반으로 연장근로한도를 월 45시간, 연 360시간, 업무량 증가 등의 사유가 있는경우 최대 월 100시간, 연 740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3개월 이내 적용하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매일 수립해야 하는 근로계획을 기간에 상관없이 사전에 월별 계획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당장 고용절벽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선 유연하게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수기때는 바짝 일하고 비수기 때는 쉴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대·중소기업간에는 전속거래를 풀어주고 장기적으로 상생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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