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은 '선결조건'이나 '약정'에 대한 입장이 180도 엇갈린다. 한앤코는 새롭게 포함됐다는 주장이고, 홍 회장은 쌍방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홍 회장 일가에 유리한 결정으로 보여진다. 한앤코는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주길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면계약에는 사업분할 등을 통해 홍 회장 일가의 몫을 챙겨달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추측이다. 홍 회장 자녀들의 거취와 관련된 내용이란 얘기다.
실제 홍 회장은 오너일가의 사퇴를 선언하고도 뒤로는 자녀의 남양유업 내 지위에 신경을 써왔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1개월만에 비공개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깜깜이 승진'을 했다. 장남은 불가리스 홍보 논란의 책임자인 기획마케팅 총괄을, 차남은 '백미당' 등 외식사업을 총괄해왔다. 특히 백미당은 홍범석 본부장이 애정을 가진 사업으로, 분할을 통한 운영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 상 페널티 조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인수희망자의 변심 가능성을 고려해 위약금 조항을 넣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남양유업이 등떠밀리듯 진행한 매각이어서다. 홍 회장도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의 책임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남양유업이 한앤코에 이행보증금 수준의 계약금 10%인 310억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우세했지만 이제는 그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M&A에서 매도인이 계약해지를 선언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계약 파기의 책임이야 가려지겠지만, 시간은 투자수익을 내야하는 한앤코보단 계속 경영이 유지되는 홍 회장 편에 있는게 아니겠느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