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핍박의 땅에서 벗어나게 해 준, 자신들을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지도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백성들은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다. 핍박받던 애굽 땅으로 돌아가자는 이들도 생겼다. 그렇게 모세와 그의 백성이 광야에서 보낸 세월만 40년이다. 정작 가나안 땅에 다다랐을 때 이스라엘 최고의 지도자 모세는 그 땅을 밟지 못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압승도 박근혜의 작품이다. 그 선거 이후 현재의 야권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한나라당은 그에게 열광했다. 절망에서 벗어나게 해 준, 새로운 힘을 준 지도자에게 머리를 숙였다.
한나라당이 꿈꿨던 정권교체라는 가나안 땅도 눈앞에 보였다. 그런데 박근혜는 가나안 땅을 밟지 못했다. 모세 대신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밟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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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와 박근혜가 겹쳐진다. 둘은 최고의 지도자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영광의 땅에 서질 못했다. 그들의 역사적 역할이 거기까지였다는 해석도, 새 시대는 새 인물의 몫이란 분석도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둘은 또 다르다. 모세는 광야에 섰지만 박근혜는 광야가 두렵다. 차디찬 천막당사 시절을 견뎠다지만 한나라당 밖 생활과는 질이 다르다. 2002년 대선전 탈당하며 벌판에 나섰다가 곧 돌아왔던 그다.
이런 박근혜가 갈림길에 서 있다. 결국은 광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문제다. '친박(친박근혜)계'로 불리는 그의 백성들은 지도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 광야로 떠난 이들도 있다.
# 박근혜는 고민이다. 황량한 광야를 알기에 고민이 깊다. 비바람 못지않게 그의 백성들로부터 욕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기에 더 답답하다.
문제는 어렵고 시간은 없다. 온갖 추측이 나돈다. 다만 백성들을 이끌고 광야로 나서는 모세는 못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백성들만 보내고 살아 돌아오길 눈물로 기도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떠나지 않은 품 안의 자식들도 챙겨야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론도 있다. 수족이 잘린 마당에 인질처럼 앉아 있을 수 있겠냐는 논리다. 흥미롭게도 꼭 1년전 이맘때 시베리아 벌판을 향해 몸을 던졌던 인물이 있다. 박근혜는 손학규가 1년전에 섰던 그 곳에 서 있는 셈이다. 손학규는 어떤 조언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