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도미노' 한나라, 공천 후폭풍

오상헌 이새누리 박종진 기자 2008.03.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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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표적공천" 김무성은 '탈당'....영남 공천 후폭풍

'탈당 도미노' 한나라, 공천 후폭풍


한나라당이 '분란'의 소용돌이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영남권 공천 결과가 몰고 온 후폭풍이 당을 한꺼번에 집어삼킬 조짐이다. 사상 유례없는 '물갈이 공천'으로 탈락자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14일 영남 공천 결과에 대해 "사적감정을 가지고 표적공천을 한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공천"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천을 '박근혜 죽이기'로 규정한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의 '도미노 탈당'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친박 탈락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는 이날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공천 결과를 의결하기 위해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당 지도부들 사이에 한바탕 격전이 벌어졌다.



김무성 최고위원과 역시 친박 성향인 김학원 최고위원이 공심위와 당 지도부에 '무원칙공천'을 강력 성토했다. 특히 김무성 최고위원은 공천 탈락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부결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정치적 결단이니 수용하자(강재섭 대표)" "국민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개혁공천을 했다(이방호 사무총장)"며 결국 영남권 51곳을 포함해 총 110곳의 공천을 확정 의결했다.

여의도 당사 기자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계파에 관계없이 공천에서 탈락의 쓴 잔을 들이킨 현역 의원들의 '반박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친이' 핵심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권철현(3선, 부산 사상) 의원이 '릴레이 반박 회견'의 서막을 올렸다. 권 의원은 "공천탈락을 납득할 수 없다. 재심 결과를 지켜본 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대 결심에 대해서는 "재심 신청 수용 여부를 보고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탈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재원(초선, 경북 의성청송) 의원도 "이번 공천은 '총기난사공천'"이라며 "지역출마는 내일까지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탈당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회견 단상에 선 김무성 최고위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번 공천은 한 마디로 '청와대 기획, 밀지 공천'"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한 뒤 "(이 대통령의 밀지를 받은) 이재오, 이방호가 공천개혁을 빙자해 '박근혜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오늘 마음은 한나라당에 두고 몸은 한나라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한 뒤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돌아와 한나라당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당으로 만들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공천 탈락자인 '친박' 이인기(재선, 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정치보복성 표적공천, 낙하산공천의 전형이다.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대변인을 지낸 박 전 대표의 측근 유기준(부산 서구) 의원 역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하시더라. 우선 재심을 청구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연대로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박종근, 이규택, 이인기, 김재원, 엄호성 의원과 서청원 전 대표 등 '친박' 인사들은 이날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한 서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탈락한 의원들 사이에 무소속 연대 얘기도 나오고 신당을 만들어 가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충 신당쪽으로 얘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영남권 의원들도 가세해 의견을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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