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류 최초 '인공태양' 점화 첫 성공…'꿈의 에너지' 상용화는?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12.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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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에너지부 "핵융합 점화 실험 성공" 공식 발표…
수십년 연구 끝 성공, 무한 청정에너지 생산 첫 발…
핵분열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폐기물·탄소 배출 없어…
미 정부 "10년내 상용화 목표", 일각선 "수십년 소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 실험장비/ ⓒ로이터=뉴스1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 실험장비/ ⓒ로이터=뉴스1


미국이 인류 최초로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 기술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데다 핵폐기물이나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꿈의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P통신·CNN·BBC 등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시설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핵융합 점화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2.1메가줄(MJ)을 투입해 3.15MJ을 얻었다. 핵융합 점화 기술을 이용해 투입한 에너지 대비 150% 수준의 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美, 인류 최초 '인공태양' 점화 첫 성공…'꿈의 에너지' 상용화는?
핵융합 발전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것은 1930년대 관련 실험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점화에 성공하면 추가로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핵융합 연구의 중대한 이정표로 꼽힌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아직 전력 생산이 가능한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연구팀은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작은 연료 캡슐에 집중적으로 쏘는 '관성 봉입 핵융합' 방식으로 초고온 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실험에 성공했다.

핵융합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나 탄소,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지 않는다.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원을 대체할 미래 기술로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이 워싱턴에서 핵융합 기술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그랜홈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연구진들이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 로이터=뉴스113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이 워싱턴에서 핵융합 기술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그랜홈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연구진들이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 로이터=뉴스1
그랜홈 장관은 "태양에서만 관찰되던 융합 에너지를 생산한 것은 탄소 없는 풍부한 핵융합 에너지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며 "핵융합 점화는 21세기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미국 연구팀이 수십년간 풀지 못했던 과제를 해결하면서 인류는 무한 청정에너지로 향하는 첫 걸음을 뗐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10년 내에 상용 핵융합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랜홈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업 핵융합로를 10년 안에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핵융합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깨끗한 전력을 생산해 수송에 필요한 연료를 만들 뿐 아니라 중공업 시설을 가동하는 등 매우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시설'의 내부 모습. /사진=LLNL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시설'의 내부 모습. /사진=LLNL
다만 이번 역사적인 기술이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핵융합에 필요한 레이저 장비는 상업 발전소에서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크고 비싼 데다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킴 부딜 소장은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캡슐 1개를 점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상업적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구현하려면 더 많은 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추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연쇄 점화가 가능하게 하려면 더 강력한 드라이버가 필요하고, 이를 마련하는 데 수십 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교의 잔루카 사리 물리학과 교수도 "핵융합 기술을 통한 에너지원을 상용화하기까지는 사전에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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