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덫에 걸린 韓"…교육비 펑펑써도 생산성은 OECD '꼴찌'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11.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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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OECD 회원국 교육비 대비 GDP 비율 분석…
한국인 자녀 교육비용 아끼지 않지만 '가성비' 최악…
아일랜드보다 비용 40% 더 쓰지만 효율 60% 낮아…
'대학 강박→과도한 사교육→출산 기피' 악순환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스1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스1


한국인들은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투입 비용 대비 성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높은 교육열이 과거의 한국을 현재 위치까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지만, 지금은 미래의 경쟁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OECD 회원국들의 1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비율을 분석했더니 한국이 6.5배로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교육비 지출액에 비해 근로자 생산성은 떨어진다. 국가별로는 아일랜드가 22.8배로 가장 높았고 덴마크·프랑스·미국 등은 각각 10배를 웃돌았다. 호주(9.7배), 캐나다(8.8배), 독일(8.5배), 일본(7.8배) 등도 한국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국은 아일랜드보다 40% 많은 교육비(10대 기준)를 지출하지만 근로자들의 1인당 GDP는 아일랜드보다 60% 적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교육열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가성비 꼴찌 국가라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1인당 GDP 비율 분석 결과/ⓒ블룸버그OECD 회원국 중 1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1인당 GDP 비율 분석 결과/ⓒ블룸버그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지적 능력이 감퇴하는 국가라는 분석도 더했다. 각국의 16~24세와 55~65세의 문해력·수리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그 격차가 가장 컸다. 한국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지만, 지속성과 자율성이 부족해 졸업 후 근로자가 되면 이들의 능력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명문대 진학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황금티켓 증후군'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 대학 졸업생 중 절반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는 등 노동시장 수요와 근로자 능력 불일치가 선진국 중 가장 큰 국가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만큼 노동시장 불균형과 근로자 생산성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실업계 학생 비율은 18%로, OECD 평균 44%를 크게 밑돌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신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2021.3.2/ⓒ뉴스1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신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2021.3.2/ⓒ뉴스1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과도한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이는 교육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젊은층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지난해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에 달하며,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학원 수강료가 대학 등록금의 5배 수준인 3000만원을 웃도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교육열은 1950년대 전쟁 폐허에서 경제적 성과를 낸 핵심 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노동시장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젊은층의 정신건강까지 해친다는 전문가 견해도 인용했다. 지난해 한국의 10대 자살률이 10.1%로 전 세대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성공이라는 덫에 걸려 있다"며 "교육이 한국을 현재 위치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국가의 경제적 미래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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