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으로 뱅크 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하고 바이낸스의 인수 철회 소식까지 이어지며 비트코인이 12% 폭락하는 등 가상자산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나타난 비트코인 시세가 2400만원을 밑돌고 있다. 2022.11.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42조' 기업가치 FTX, 뱅크런 4일만에 무너져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 로고와 암호화폐 시세 그래프/ⓒ로이터=뉴스1
320억달러(약 42조원) 기업 가치를 평가받던 FTX가 무너지는 데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들어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난 8일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이 발생했다. FTX는 즉시 자금 인출을 동결하고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인수를 검토하던 바이낸스 측은 하루 만인 지난 9일 인수 포기 선언을 했다. 바이낸스로부터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데 실패한 FTX의 선택지는 파산보호 신청 뿐이었다는 해석이다. 뱅크런부터 파산신청까지 모든 과정이 4일 만에 이뤄졌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전 CEO/ⓒ로이터=뉴스1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FTX 파산신청을 '제2의 엔론사태'라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금융상 오류가 아니라 사기 의혹이 짙다"며 "거대한 코인 자산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파산 신청 직후 해킹을 당해 6억6200만달러(약 8700억원) 규모 자산이 유출됐다는 FTX의 주장도 다양한 의혹을 낳고 있다.
'루나 악몽' 여전한데 또 터졌다…"개미들 자금 회수 더 어려워"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투자기업 소프트뱅크/ⓒ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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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구제금융 지원대상이 아니어서 개인 투자자들이 FTX에 맡긴 돈도 회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FTX 개인 고객들은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들은 기관 투자자보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에서 밀려 결국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루나 폭락 사태' 이후 또 다시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어 간접적인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말 2만달러(약 2600만원)를 웃돌던 비트코인 시세는 FTX 파산 신청 이후 1만6000달러(약 2100만원)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