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뛰던 물가, 정점 찍었다"…그런데 웃지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11.2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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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플레이션 최고점 찍고 내려오는 중…
무디스 "10월이 인플레 정점, 물가완화 전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을 찍고 이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국 조지아주의 쇼핑가/ⓒAFP=뉴스1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을 찍고 이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국 조지아주의 쇼핑가/ⓒAFP=뉴스1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장 도매가부터 운송료, 원자재 값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떨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몇 개월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 경제와 러시아 원유 등 변수가 상존해 당장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경제 분석업체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지난 10월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12.1%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것은 인플레이션 최정점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며 "물가 압력과 공급망 병목 완화는 소비자물가 완화의 전조"라고 설명했다.



원자재·원유·운송료 고공행진 멈췄다
"무섭게 뛰던 물가, 정점 찍었다"…그런데 웃지 못하는 이유
신흥국의 소비자물가는 이미 눈에 띄게 낮아졌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브라질·태국·칠레 등의 최근 물가상승률은 크게 낮아졌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물가 압력이 둔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 대비 4.2% 낮아졌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194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과 영국의 PPI 상승률도 완만해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이 공개한 10월 PPI 수치도 대부분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둔화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폴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커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식품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앞으로 6개월간 선진 경제국의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평균 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유가는 하락세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올 들어 18% 올랐지만, 최근 한 달 새 10% 이상 떨어졌다. 식품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품가격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5월 40%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올 10월엔 1.9%에 그쳤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5배 이상 급등했던 글로벌 해운 운임도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S&P글로벌 구매관리자 월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이달 제조·서비스 비용은 2020년 12월 이후 가장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판매가격 상승세 또한 2년여 만에 가장 둔화했다. 이달 유로존 공장도 가격 상승률도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달 치솟던 5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도 고공행진을 멈췄다.

러 원유·中경제, 최대 변수…'2%대 물가' 쉽지 않을 듯
[워싱턴=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며 "이르면 다음 회의(12월)나 그다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2.11.03.[워싱턴=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며 "이르면 다음 회의(12월)나 그다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2.11.03.
하지만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산 원유, 중국 경제 등 변수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린 만큼 유가는 매우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의 경우 유가 공급 불안에 따른 물가상승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중국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할 경우 다양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FT는 봤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의 장기 목표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채권운용사인 PGIM의 캐서린 네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있지만 단기간 주요 선진 경제국들이 목표로 한 2%대까지 떨어질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대다수 국가에서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트 국제경제본부장도 "내년 대부분 기간 동안 예년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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