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노동시장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년층 인구가 예상을 뛰어 넘는 생활비 부담에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급증했고 올 들어 저축액이 20%나 줄었다. 애초 그의 계산에는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최근 예전 직장에서 복귀를 제안했을 때 앤서니는 즉시 수락했다. 60세 이후에는 편하게 쉬고 싶다는 희망도 접었다. 그는 "2년 전과 급여가 똑같아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며 "그러나 생활물가가 언제쯤 떨어지려나 매일 불안해하는 것보다 다시 출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선 은퇴를 취소하는 노년 인구가 늘고 있다. 식료품부터 휘발유까지 생활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은퇴 자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5~64세 미국 성인의 64%가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슷한 수치로 장년층 퇴직자들이 노동 시장으로 복귀했거나 은퇴를 미루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전미은퇴연구소(NRI) 조사에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출생)'와 'X세대(1965~1976년 출생)'의 13%가 "퇴직 시기를 미뤘거나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한 홈디포 매장에 채용 공고가 게시돼 있다./ⓒ AFP=뉴스1
학업을 내려 놓고 돈을 벌려고 취업시장을 두드리는 대학생들도 늘었다. 미국 국립학생정보센터(NSCRC)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교 봄학기를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만2000명(4.7%) 감소한 1408만5000여명이다. 2·3년제 전문대학교(커뮤니티 컬리지) 등록자 수도 크게 줄었다. 미국 내슈빌주립커뮤니티컬리지 총장인 샤나 잭슨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우선 돈을 벌고 나중에 학교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버거운 생활물가, 돈 가치 '뚝뚝'…정년 개념마저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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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용전문회사 헤이스의 가엘 블레이크 이사는 "최근 노년층과 학생들이 노동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전통적인 정년의 개념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영국 등 주요국가의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비싼 물가가 있다. 컨설팅기업 RSM의 조셉 브루스엘라스 수석 경제학자는 "저금리, 저물가 환경에서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려던 고령 인구들이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은퇴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한 시니어 취업 박람회장 창구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AFP=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