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의 시장 풍경. /사진=ITU/ G. Anderson (CC BY 2.0 DEED)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63세 내지 64세로 추정되는 오테도의 이웃 모리스 마렌디도 이 마을 출신이다. 오테도와 달리 마렌디의 집은 진흙과 나뭇가지, 모래, 덩굴로 만든 허름한 오두막으로 어린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놓은 큰 대지에 지어져 있으며, 집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다. 그는 이웃의 집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화장실은 말린 옥수수 잎으로 가린 옥외 별채에서 해결한다. 부인이 2007년 세상을 떠나면서 네 아이를 부양하는 것은 그의 몫이 되었다. 3년 후에는 딸 하나가 신장질환으로 사망했다. 그는 언젠가 막내아들을 기술학교에 보내기를 꿈꾸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돈이 없다.
현금 원조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이 단체는 무작위 통제실험(RCT)이라는 일종의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모기장이나 휴대전화의 영향을 파악하는 데 관심이 많은 연구자들이 무작위로 선정한 '실험그룹'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물품을 제공하고, '통제그룹'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 두 집단은 수년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모니터링을 받았고, 학자들과 개발 단체가 그 결과를 면밀히 조사했다. "기본적으로 가능한 세계를 다양하게 관찰하려고 합니다. '개입(변수)'이 실험그룹과 통제그룹의 유일한 차이가 되도록 [실험을] 구성하고 싶어 하지요. 이것이 무작위 통제실험의 마력이죠." 나이로비 소재 부사라 행동경제학연구소의 행동경제학자 패트릭 포셔의 말이다.
무작위 통제실험이라면 흔히 의학 임상실험을 떠올리지만, 지난 20년 동안 무작위 통제실험은 개발경제학자들이 개발원조금의 지출 방식을 고안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원조 유형의 효과를 비교하던 연구자들은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주로 관찰 연구와 수집한 데이터 분석에 의존했다. '무작위주의자'로 알려진 무작위 통제실험 세대는 학계의 상아탑에서 내려와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단순히 관찰만 하지 않고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개입했다. 어떨 때는 실험 대상과 대상이 아닌 이들의 직접 비교가 가능하도록 정교한 실험을 설계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무작위주의자'의 대표주자인 마이클 크레머와 에스테르 뒤플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가 무작위 통제실험을 활용하여 전 세계의 빈곤을 경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가 "실생활에서 인류의 빈곤 퇴치 능력을 크게 개선"했고 "이들의 실험 연구 방식이 지금의 개발경제학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수상 근거였다. 세 학자의 제자들은 전 세계 최상위 경제학과에 포진해 있다. "한때 우리는 독창적인 연구를 하는 신세대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연구가 일반적인 작업이 되었어요." 뒤플로가 내게 한 말이다. 노벨상보다 "일반성을 보증하는 것은 없겠죠."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경제학자들에게는 무작위 통제실험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