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만 있으면 전기車 배터리 걱정 끝"…더 싼 배터리 나온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2.02.02 08:30
글자크기

[스타트UP스토리]하영균 에너지11 대표

하영균 에너지11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하영균 에너지11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바나듐전지, 알루미늄-공기흐름전지, 칼륨전지, 아이온전지 등 배터리를 이루는 양극재에 어떤 금속 소재가 사용됐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이차전지가 탄생한다. 현재 스마트폰과 같은 이동형 기기에 적합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코발트·니켈 등으로 만드는데 이런 자원이 한정적이라서 언제 고갈될 지 모른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 이에 따라 리튬 왕좌를 노린 다양한 이차전지 간 승부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배터리 춘추전국시대'로 치닫는 형국이다.



많은 기업과 기술자들이 새로운 전극 소재 발굴에 힘을 기울이는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인 에너지11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영균 에너지11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와 만난 자리에서 "나트륨은 리튬보다 500배 이상 풍부하고 리튬 이온전지에 비해 제조 단가 30%이상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전기자동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 한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닷물만 있으면 전기車 배터리 걱정 끝"…더 싼 배터리 나온다
에너지11은 2020년 2월, 인터파크비즈마켓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한 곳이다. 인터파크 공동창업자인 이상규 전 대표가 경영 총괄직을, 하 대표가 기술 총괄직을 맡는 형태로 회사가 차려졌다. 현재 전라북도 완주군 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6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나트륨 이온 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전남대, 청주대, 세종대, 한국화학연구원 등에서 나트륨 이온 전지와 안정성이 강화된 하이브리드(반고체) 전해질 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나트륨 이차전지를 위한 양극재 기술, 화재·폭발에 대해 높은 안전성을 가진 하이브리드 전해질 등이 에너지11의 주무기인 셈이다.



하 대표의 이력은 특이했다. 대학에선 생태학을 공부했다. 이 같은 지식을 기반으로 진화경제학적으로 산업을 꿰뚫어 보는 전문경영서를 다수 집필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엔 부산으로 내려가 20년간 세계 1위 자전거 신발 '시마노', 아웃도어기업 '트렉스타' 등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재직하며 두 업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내는데 일조했다. 이후 벤처캐피털(VC)를 설립한 경력도 눈에 띈다. 첫 번째로 투자한 회사가 배터리 전문업체였는데 이를 계기로 이차전기에 매료돼 출사표를 던졌다는게 하 대표의 지난 30년의 회고다.

나트륨 배터리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이끈 결정적 계기는 작년말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2022년부터 나트륨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업계는 나트륨 배터리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선언이란 평가를 내린다. 이어 인도 정유·석유화학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IL)의 자회사 릴라이언스 뉴에너지솔라(RNESL)가 2022년 1월에 영국의 나트륨 배터리 기술업체인 파라디온을 1억 파운드(약 1622억원)에 인수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에너지11이 시제품으로 개발한 나트륨 이차 전지/사진=에너지11에너지11이 시제품으로 개발한 나트륨 이차 전지/사진=에너지11
나트륨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리튬과 달리 바다에 흔한 물질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면에 유리하다는 이점이 기업들을 홀린다. 하 대표에 따르면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 보다 양극재 소재 가격이 30∼40% 정도 저렴하다. 다만, 현재 리튬에 비해 다소 부족한 에너지 밀도, 액체 전해질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온 전도도를 높이는 기술을 더 고도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리튬 배터리의 아킬레스건은 휘발성이 높은 전해액으로 이뤄져 화재·폭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11은 안전 측면에서 액체, 고체 전해질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해질' 기술을 추가로 확보해 나트륨 전지 생산에 적용 중이다. 하이브리드 전해질은 작동 온도 범위가 섭씨 영상 0도에서 150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전지 충·방전 시 안정성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리튬 덴드라이트(dendrite·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나는 현상) 증상도 해소했다.
배터리 성능 비교/자료출처=에너지11배터리 성능 비교/자료출처=에너지11
에너지11은 올해부터 기술 검증, 규제 특례 등을 통해 나트륨 배터리 양산 준비에 착수한 뒤 2023년말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함열농공단지에서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전북과 새만금 일대의 태양광 ESS 시장을 먼저 공략할 겁니다. 현재 ESS 시장은 빈번한 화재 사고로 시장 성장이 움츠려든 상태인데다 저장효율도 낮아서 나트륨 전지가 그 해결책이 되어줄 겁니다. "


아울러 오는 2025년에는 소형 전기차 시장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실증 사업을 정부 기술 개발과제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나트륨 배터리는 타임-투-마켓(time-to-market)이라는 추진 요소를 가진, 확장성 있는 분야죠. 올해가 시장 진입에 골든타임이 될 것이며 우물쭈물하면 놓치게 될 겁니다."

나트륨 이차전지 안정성 테스트를 위해 하이브리드 전해질이 들어있는 팩에 망치질을 하고, 못질을 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사진=에너지11나트륨 이차전지 안정성 테스트를 위해 하이브리드 전해질이 들어있는 팩에 망치질을 하고, 못질을 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사진=에너지11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