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튕겨내는 마스크·김서림 없는 고글…코로나 막는 韓방역기술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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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차단하는 국가 방역 R&D기술들…‘특수마스크·방역기·청정기’ 성과물 잇따라

(위) 큰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는 초발수성(좌) 및 초친수성(우) 표면 모두 김서림 방지 가능 (아래) 작은 물방울을 흩뿌렸을 때는 초친수성(우) 표면에서만 김서림 방지가 가능/자료=KIST(위) 큰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는 초발수성(좌) 및 초친수성(우) 표면 모두 김서림 방지 가능 (아래) 작은 물방울을 흩뿌렸을 때는 초친수성(우) 표면에서만 김서림 방지가 가능/자료=KIST


바이러스가 묻은 침방울이 튈 경우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해주는 고기능성 마스크. 장시간 착용해도 안경에 김이 서리지 않는 방호용 고글 등 국내 첨단 방역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와 같은 감염병 위기 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의료 현장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1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고기능성 마스크와 김서림 방지 고글 등 방역 관련 R&D 성과물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기능성 마스크다. 바이러스가 묻은 비말(침방울)이 표면에 붙어 마스크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억제한다. 마스크 외부 소재를 코팅을 입힌 것처럼 발수성을 높여 바이러스 비말이 마스크 표면에 접촉하는 것을 방지한다.



개발을 주도한 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책임연구원)은 “마스크 외부는 바이러스 비말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내부 필터는 크기가 대략 0.06 ~ 0.140㎛(60~140nm)에 불과한 코로나 바이러스도 공기에서 걸러낼 수 있도록 포집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방호용 고글을 착용하는 의료진의 불편을 덜기 위해 ‘김서림 방지’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글 유리 표면을 초(超) 친수성을 나타내도록 나노 구조화 하면 수증기가 방울의 형태가 아닌 얇은 막의 형태로 퍼지기 때문에 김서림이 생기지 않는다. 코로나 19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계에선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사태 종식을 앞당길 과학기술 성과물들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멸균용 과산화수소 훈증 방역 장비/사진=KIST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멸균용 과산화수소 훈증 방역 장비/사진=KIST
병원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막는 성과물도 있다. KIST는 신종 바이러스 멸균용 방역 장비기술(멸균제 훈증 장치)도 개발했다. 이는 35% 고농도 과산화수소 소독액을 150℃ 더운 연기로 쪄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액체 입자) 보다 더 작고 가벼운 수증기 형태로 만들어 전 공간에 퍼뜨릴 수 있는 방역 장치다. 이강봉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현장에서 에탄올 소독제를 자동분무기에 넣어 뿌리는 데, 이는 병실과 같이 바이러스로 오염된 공간을 부분적으로 소독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멸균제 훈증 장치는 병실 공간 전 영역에서 바이러스를 완전 멸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신종 바이러스의 방역뿐만 아니라 앞으로 병실소독에도 활용돼 입원환자의 병원감염으로 발생하는 2차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기부하는 항균․항바이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사진=건설연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기부하는 항균․항바이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사진=건설연
대형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과 대중교통시설에 적용 가능한 특수 공기청정기도 개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과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데 효과가 있는 광촉매 필터를 개발하고, 이를 부착한 특수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광촉매가 빛과 만날 때 발생하는 산화력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건설연에 따르면 이 필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대장균, 살모넬라균, 박테리오파지, 로타 바이러스, 노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을 99% 이상 제거한다. 구현본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광촉매 필터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을 제거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성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건물 공조 시스템과 대중교통 등 차량 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연은 해당 필터를 장착한 특수 공기청정기를 대구 선별진료소에 설치하고 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이날 KIST에서 고기능성 마스크와 김서림 방지 고글 소재 개발 현장을 시찰한 후 “정부출연연구기관도 감염병으로부터 국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관련 방역·진단·치료제 개발 기업과 협업해 내구성 등 성능을 고도화하고 시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후속연구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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