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6시간→20분…코로나19 진단 시간 더 당길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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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진단법으로 살펴본 바이러스 ‘진단의 과학’

정부의 긴급 승인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사진=이기범 기자 정부의 긴급 승인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사진=이기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군 대전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검사 시간을 단축할 신기술을 조속히 상용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는 감염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감염력이 높기 때문에 환자 격리 등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신속·정확한 진단 기술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하루 최대 1만5000건을 검진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보급되고, 코로나 19 감염자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도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했지만, 늘어나는 검사량을 감당하기엔 벅찬 모습이다.



4일 기준 검사대기자만 3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관계자는 “빠른 확진 환자 선별은 곧 코로나 19가 대유행으로 번질 최악의 사태를 막을 골든 타임을 버는 일”이라며 “진단이 간편하고 검사에 드는 시간을 대폭 줄일 진단체 연구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단에만 일주일…뼈저린 ‘메르스의 교훈’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신·변종 감염병 진단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 계기였다. 당시 이미 메르스 진단검사법이 개발돼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만 쓸 수 있는 형태였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쓸 수 있는 표준화된 진단시약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규모 집단 감염 단계에선 질본의 역량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했지만 초기 방역이 실패로 돌아가고 환자와 접촉자가 급증하자 쏟아지는 진단 검사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모든 검사를 질본으로 보내 진행해야 하는 탓에 진단 시간이 일주일 이상 걸렸다. 불안한 환자들은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고, 이는 곧 병원 집단 감염을 초래했다.
질본은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교훈 삼아 감염병 분석센터를 신설하고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2017년 도입했다. 긴급사용승인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이 예상돼 긴급히 진단시약이 필요하나 국내에 허가제품이 없는 경우 질본이 요청한 진단시약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승인해 한시적으로 제조·판매·사용을 허가해 주는 제도다.
4일 오전 기준 코로나 19 국내 감염 확진자 수가 51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 급증엔 신천지 집단 감염도 큰 이유지만, 긴급사용승인제도를 통해 민간업체가 개발한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보급한 점도 한몫을 더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민간기관 등에서 시행할 수 있는 코로나 19 진단검사는 하루 약 1만 5000건 수준으로 일본의 하루 최대 검사량(약 3800건) 보다 약 4배 많다.
24시간 넘게 걸린 ‘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법’…왜 오래 걸렸나
코로나 19 확산 초기에는 이 바이러스만을 콕 짚어 판별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었다.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인지 확인한 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 등 기존 6가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법’을 사용했다.



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법은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를 먼저 선별한 뒤 양성 판정이 나오면 다시 한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지 여부를 유전자 염기서열로 분석하는 2단계 절차를 밟는다. 이렇다 보니 확진 여부가 나오는 데 꼬박 1~2일이 걸렸다. 사스, 메르스 보다 전파력이 높고 한시가 급한 코로나 19엔 적절치 않은 방식이었다. 연세대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관계자는 “(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법은)기존에 이미 발견된 6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일이 비교해 신종 여부를 판단해야 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8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북구보건소 인근 효죽공영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지나가기)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검체 채취 시범을 보이고 있다.2020.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8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북구보건소 인근 효죽공영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지나가기)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검체 채취 시범을 보이고 있다.2020.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시간으로 앞당긴 ‘실시간유전자 증폭검사법’…어떻게 줄였나
하지만 2월부터는 분자진단법인 ‘실시간유전자 증폭검사’(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rRT-PCR)가 도입되면서 6시간 안에 확진 여부를 가려낼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진단검사법은 세포배양·항원항체·분자진단법 등으로 나뉘는 데 이중 세포배양과 항원항체법은 오랜 시간이 요구되고 대용량 검사엔 적절치 않아 배제됐다.


rRT-PCR는 특히 코로나 19와 같은 RNA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rRT-PCR 진행방식은 이렇다. 먼저 코로나 19 의심 환자에게서 ‘검체’라고 불리는 가래 등의 분비물을 채취한다. 면봉을 이용해 콧속과 목구멍 안쪽을 긁어 콧물을 채취하는 방법 혹은 강한 기침으로 가래를 뱉게 하는 방법이 쓰인다. 시중 동네병원에서도 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사와 비슷하다. 차를 타고 검진을 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차량 이동 선별진료소 설치·운영이 가능했던 것도 이처럼 분자진단법의 간단한 검체 채취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채취한 두 검체에서 소량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리한 후 이를 수백만 배로 증폭한다. 이후 이를 코로나 19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진단시약에 묻혀 프라이머라는 성분의 검출량에 따라 판정을 내린다. 프라이머는 코로나 19에만 있는 특이 유전자(DNA)를 찾아내 접촉하는 데, 검사 가운데 이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면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rRT-PCR은 다른 검사법에 비해 정확도가 99%로 높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정확도 평가에서 ‘민감도’(감염자가 감염됐다고 판별하는 확률)와 ‘특이도’(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판별하는 확률) 모두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진단/이미지=이지혜 디자이너 코로나 바이러스와 진단/이미지=이지혜 디자이너
20분 만에 결과 확인하는 POCT 개발…상용화까진 먼 길
rRT-PCR는 별도 실험실에서 검체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늘리는 과정을 일단 거쳐야 하므로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촌각을 다투는 현재 상황에선 이마저도 많은 시간이다.

감염병 진단 분야 전문가인 김홍기 CEVI 융합연구단 박사(화학연 선임연구원)는 “임신진단 테스트기처럼 1차 의료기관에서 신속·간편하게 쓸 수 있는 POCT(Point of Care Testing, 현장진단검사) 기기 연구를 추진 중”이라며 “개발이 완료되면 20분 내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식은 민감도 등을 향상 시킬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 탓에 기술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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