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트럼프 '낙선'이 문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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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탄핵' 가능성 낮지만 '재선 실패'는 가능…민주당 '다크호스' 엘리자베스 워런, '구글 해체' 등 反기업 선봉장

민주당 2020년 대선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사진=뉴시스민주당 2020년 대선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기각될 공산이 커서다.

월가가 우려하는 건 이번 추문으로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등 반(反) 시장적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다.



◇트럼프 내부고발 문건 "백악관이 은폐 지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9.59포인트(0.30%) 내린 2만6891.1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7.25포인트(0.24%) 하락한 2977.6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6.72포인트(0.58%) 떨어진 8030.66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눌렀다.

이날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유력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했다는 내용의 내부고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내부고발자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내부고발자는 백악관 변호사들이 두 정상의 통화내용을 담은 전자 녹취록을 컴퓨터 시스템에서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증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 지시로 두 정상의 녹취록은 민감한 기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별도의 전자 시스템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 내부고발자가 백악관으로 파견됐다가 복귀한 CIA(중앙정보국)의 분석 요원이라고 보도했다. 이 내부고발자는 조만간 비공개로 의회에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공개된 당시 통화 녹취록 요약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해임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또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개입 의혹이 우크라이나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사용한 서버가 우크라이나 사람의 손에 있을테니 그 위치를 파악해서 넘겨달라고도 요구했다.

한편 미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를 미끼삼아 대선 경쟁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권한남용을 저질렀다며 탄핵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워런, '구글 해체' 등 反기업 선봉장

노스웨스턴 뮤추얼자산운용의 브렌트 슈트 전략가는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하고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등하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선두를 놓고 경쟁 중인 워런 의원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들의 해체를 비롯한 반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워런 의원은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누르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더 이상 유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만약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을 추가로 유예하지 않는다면 오는 12월부터는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가 사실상 금지된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유예조치를 90일 추가로 연장한 바 있다. 앞선 90일에 이어 총 180일간 유예된 셈이다.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문제는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거래제한 추가 유예 거부는 무역협상 진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트의 톰 마틴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탄핵은 시장의 핵심 변수가 아니다"라면서도 "진짜 변수는 탄핵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협상력에 미칠 영향"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의 조셉 룹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확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탄핵 절차 자체가 다른 지정학적 위험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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