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L자형 주가부진 시작됐나…10년 저가속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7.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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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 줄줄이 저가. 지방 백화점 주가는 더 밀려

유통업체들의 주가 장기침체가 시작될 조짐이다. 다수 기업들이 최근 10년 최저가까지 추락했고 앞으로 실적반등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낮아진 주가에도 'U'자 반등 대신 'L'자형 완만한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70,700원 ▼600 -0.84%)현대백화점 (52,600원 ▼200 -0.38%) 주가는 2009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 5월 신세계 (177,100원 ▲3,900 +2.25%)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이마트 (63,900원 ▼600 -0.93%)도 역대 가장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1년 48만7700원대(수정주가기준)에서 현재 14만원대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20만원에서 7만8000원선으로 내려왔다. 이마트는 2011년 상장 당시 33만1000원 고점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13만원대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3,100원 ▲50 +0.2%)도 2012년 이후 최저가다.

지방 유통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광주신세계 (31,250원 ▲50 +0.16%)는 2012년 이후 최저가고 대구백화점 (7,540원 ▲830 +12.37%)은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주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음식료업체, 시중은행 등과 함께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혀왔다. 성장성은 떨어지지만 실적이 안정적이라 증시가 부진할 때에도 수익률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기능마저 사라진 셈이다.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 인심이 인색해졌고, 최근 달라진 유통업체들의 영업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유일한 판매채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비롯해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이드프라이스 등 SNS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체들이 급증했다. 대형마트의 강점인 식자재 등에서도 마켓컬리 같은 신흥 강자들의 도전이 매섭다.


각종 소매지수를 보면 유통업체들의 고심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소매판매액 증감율은 지난해 5.6%에 달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6%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2016~2018년간 연 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추세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는 4월 기준 17.5% 성장에 그쳤다. 대형마트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마켓컬리 등이 대형마트의 텃밭인 식품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산품은 1/3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음식료는 온라인 비중이 아직 15% 미만"이라며 "다만 식품 온라인 유통은 원가가 높은 편이라 업황 둔화기에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승자와 패자가 없는 출혈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유류나 연료를 제외한 올해 소매판매액은 전년대비 2.5%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2020년에도 전년대비 2.1% 성장하는데 그쳐 L자형의 부진한 업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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