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기적 쏠림에 전문가 우려…레버리지+인버스=미국3배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2020.04.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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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ETF에 뛰어 든 불개미들⑥(상보)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에 육박하는 평균 7조원 가량의 자금이 매일 오간다. 신용거래까지 불사하며 ETF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동학개미 위에 ETF 불개미가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TF 거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폭증한 것과 관련해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펀드나 주식투자에 비해 ETF가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국내 ETF 상품이 특정 부문에만 쏠려 있고, 개인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ETF를 매수하기 보다는 고위험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만 거래가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관련 상품이 ETF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 연구원의 설명이다. 상장 EFT 숫자에서도 국내는 '레버리지+인버스' 비중이 18.4%에 달하나 미국은 8.8%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문 연구원은 "장기 투자를 위해 일반적인 ETF를 보유하는 해외 투자자들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사용하는 비중
이 높다"며 "투자성향 차이이기는 하지만 ETF 거래대금 상위 5종목 가운데 KODEX 200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레버리지와 인버스라는 점은 살펴볼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 오히려 최근에는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ETF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이 가려질까 고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울러 지나친 쏠림으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일일 지수 변동폭의 두 배를 곱한 만큼 수익·손실이 돌아오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변동성이 큰 장에선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있을 수록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크게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손실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김홍주 거래소 ETF시장팀장은 "최근 시장 변동 폭이 커지면서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상품에 개인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레버리지 등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 등에도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TF 투기적 쏠림에 전문가 우려…레버리지+인버스=미국3배


물론 ETF가 나쁜 것은 아니다. 주식과 펀드투자에서 소비자들이 느껴왔던 불만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상당하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ETF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가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주식 상승 이외의 수익에 베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 투자자의 경우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국내외 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공매도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갈증과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나 선물옵션은 개인이 참여하기 힘들지만 ETF는 만원으로도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어필했다"며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해 방향성만 맞으면 예상했던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인기배경이 됐다"고 언급했다.

기존에도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주식워런트증권(ELW), 주식형 펀드 같은 상품이 있었으나, 이들은 시장이 빠지거나 오르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오랜 기간 돈이 묶인다는 문제도 있었다. 최근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주식과 달리 증권거래세도 면제된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0.25%다. 삼성전자를 1억원어치 샀다가 팔면 25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ETF는 증권거래세가 없다. 대신 ETF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에 보수를 내야 하는데 연 0.2~1% 수준이다.

이에 반해 개인들이 ETF 시장에서 대거 매수한 KODEX 레버리지는 9000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7000원이라는 소액으로도 거래를 시작할 수 있고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는 비율에 맞춰 수익률이 즉각 반영된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의 구성종목은 말그대로 200개다. ETF 한 주를 사면, 코스피200 전체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장은 "분산 투자로 개별 종목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ETF에 담겨있는 종목 구성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투자 카페에 "삼성전자를 살까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를 살까요"라는 글처럼 ETF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폭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 1위는 삼성전자(4조9600억원)이었지만 2위와 3위는 ETF였다. KODEX 레버리지를 1조2100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7900억원 순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각각 4200억원, 2200억원, KODEX 200은 2200억원을 순매수해 상위에 올랐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부장은 “국내 ETF 순자산 규모(47조1499억원)는 전체 코스피 시장의 3~4% 수준으로 ETF가 전체 20%인 미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며 “특정 종목에 과한 쏠림 현상도 보이고 있지만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성숙한 투자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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