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습니다. 혼자 합니다"…ETF에 뛰어든 불개미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4.13 14:11
글자크기

[MT리포트]ETF에 뛰어든 불개미들④ETF 대세에 액티브펀드 '고전'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에 육박하는 평균 7조원 가량의 자금이 매일 오간다. 신용거래까지 불사하며 ETF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동학개미 위에 ETF 불개미가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TF 거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수수료니 뭐니 다 가져가면서 수익률은 낮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직접 투자하는 게 낫다"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형펀드 투자 대신 직접 종목투자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폭락장에도 개인들의 돈이 주식시장에 물 밀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탓이다.



'동학개미'들이 펀드매니저가 직접 유망종목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믿지 못해서'다. ETF보다 2배가 넘는 수수료를 받지만 그 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에서 약 300억원이 빠져나간 데 비해 국내주식형 ETF에는 2조931억원이 유입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못믿습니다. 혼자 합니다"…ETF에 뛰어든 불개미들
같은 기간 액티브펀드는 -6.31%의 수익률을 보였는데, 이는 코스피수익률(-2.49%)의 3배 가까운 수치였다. ETF 수익률은 이 기간 -6.91%로 오히려 수익률이 더 낮았지만 액티브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ETF 선호현상을 강화 시킨 것은 분명하다.

동일한 섹터를 다뤄도 액티브펀드와 ETF 간의 큰 수익률 차이가 나기도 했다.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헬스케어 섹터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신탁'의 경우 A클래스 기준 5.01% 수익률을 올린 데 반해 미래에셋운용의 'TIGER헬스케어ETF'는 10.63%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설정액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2조1685억원으로 유일한 '조단위' 펀드였다. 반면 국내 ETF에서는 설정액 규모 1위인 '삼성KODEX레버리지'(3조7140억원)을 시작으로 '미래에셋TIGER200'(2조8037억원), 'KBSTAR200'(1조3715억원) 등 10개의 조단위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TIGER ETF 로고 / 사진제공=TIGER ETF 로고TIGER ETF 로고 / 사진제공=TIGER ETF 로고
자산운용업계는 답답한 분위기다. 액티브펀드가 아닌 ETF 같은 지수추종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돈이 돈을 만드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액티브펀드를 통해 성장기업이 발굴되기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가치평가와 상관없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액티브운용을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운용업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왔다는 데에 공감한다"며 "액티브펀드들이 적정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도록 소수펀드에 집중하는 등 시장을 따라가지 않고 원칙에 따른 펀드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