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동의하는 'KBS 수신료 인상안'…'방송공정성'에 막혀

[the300]미방위 법안소위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 합의 못 이뤄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KBS 수신료 인상'이 '방송공정성' 전제조건에 가로막혀 다시 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 측은 '방송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 또는 그에 준하는 대안을 마련해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논의했지만 처리에 실패했다.

야당 측은 KBS의 방송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연계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신료 인상에 근본적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법과 편성위원회에서 제작 당사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 등에 동의해 준다면 흔쾌히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도 "30년 넘게 수신료가 2500원으로 묶여있는 건 정상적은 아니다"면서 "지금처럼 공영방송 재원을 정치권 이슈로 만들어서 여야 합의 때마다 묶이는 구조도 개선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BS 수신료를 물가와 연동해서 올리도록 하고 요율을 정하는 산정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둬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신료가 인상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야당의 수신료 인상 동의는 '방송공정성' 담보 방안이라는 전제조건에 하에 이뤄져 사실상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여당 측은 지난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신임 고대영 사장이 약속한 방송공정성 확보 방안을 들어 설득에 나섰지만 "청문회 약속을 지키는 걸 본적이 없다"는 야당 측 반대로 수용되지 않았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KBS 사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던 것인데 그때 이뤄지지 못한 것(방송공정성 법안)을 다시 조건으로 삼는다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은 선행조건이나 연동조건 없이 오히려 방송공정성을 원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해줘야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안소위에 배석한 KBS 측은 "공정성은 사실 특별한 잣대가 있는 건 아니고 시대나 상황
에 따라 늘 이쪽저쪽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작 자율성 또한 KBS 노조가 생긴지 30년으로 내부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의원은 "간부나 운영진 입장에서는 자율성 있다고 말하지만 일반 제작진과 양대 노조에서 인식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야당 측은 여당에 방송공정성 담보를 위한 수정제안을 제차 촉구했다. 미방위는 추가 협의를 통해 여당 측 수정제안이 마련될 경우 오는 19일 오전 법안소위를 열고 수신료 인상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