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덕지 교육 현주소는] ⑦ 우리만의 스토리, 한국의 '고시엔' 머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2013.05.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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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는 우리만의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낼 우리의 '고시엔'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은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 현수막. /사진=정도원 기자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는 우리만의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낼 우리의 '고시엔'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은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 현수막. /사진=정도원 기자


서울 동부교육지원청(교육장 문중근)의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 용마중학교와 성일중학교간의 경기가 열린 15일 오후 4시 용마중학교 운동장.

1회초 성일중의 최원조 군이 선제 3점 홈런을 때려낸데 이어 2회초 1점, 4회초에서 다시 1점을 추가 득점하며 5-0으로 크게 앞서나가자 용마중 야구 클럽의 김삼년 지도 교사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가 "긴장하지 말고 연습한대로만 하자"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그 때문일까. 집중력을 되찾은 용마중은 4회말 1점을 추격하고 5회말 4번 타자 김정태 군이 회심의 2점 홈런을 치면서 5-3까지 바짝 추격해 갔다. 용마중 선수 전유성 군은 "6회초에 실점만 하지 않으면 6회말에 충분히 역전도 가능"하다며 흥분했다.

홈팀 용마중의 마지막 공격인 6회말. '연고팀'을 응원하는 용마중 학생들은 경기하기 전보다 배로 늘어났다. 선두타자 오준 군이 볼넷을 얻어 걸어나가고 후속타자 고대호 군의 3루 땅볼 때 상대 수비의 빈틈을 틈타 2루를 거쳐 3루까지 진루했다. 안태완 군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 마침내 5-4, 한 점 차이.



성일중은 흐름을 끊기 위해 타임을 부르고 선발투수를 하다 포수로 내려간 최원조 군이 마운드에 올라가 구원투수 박경민 군과 논의를 한다. 김삼년 지도 교사는 "학교스포츠클럽에서는 투수가 3이닝 이상은 던질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은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는 적절히 흐름을 끊은 성일중이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5-4 신승. 성일중은 이로써 올 시즌 3전 전승을 달리게 됐다.

성일중학교 선수단. /사진=정도원 기자성일중학교 선수단. /사진=정도원 기자
성일중의 최원조 군과 박경민 군은 "중간고사 끝나고 내리 세 경기째인데 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괴물 투수'를 자임하는 최 군은 "경희중과의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탈삼진을 8개 기록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잘한다'며 격려하고 부모도 "열심히 하라"고 밀어준다며 "목표는 (서울)시 대표가 되서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한편 용마중의 김정태 군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니까 승패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해 온 친구들이니까 단합력을 바탕으로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 같은 학교의 최선웅 군은 "져서 좀 아쉽긴 하다. 이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입맛을 다시며 "주말과 월·수·금 방과 후 시간에 짬을 내어 틈틈이 하고 있는데 친구들을 자주 보게 되고 함께 협동해서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군도 "부모님이 적극 권장해주고 있다"고 말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막상 하게 되면 학부모가 효과를 실감하고 긍정적이 된다는 말을 뒷받침했다.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 용마중의 이예지 양은 "1점차로 져서 아깝지만 멋진 경기였다"며 "성일중은 세 번째 경기인데 우리(용마중)는 첫 경기라 너무 긴장해서 역전에 실패한 것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패인을 분석했다. 이 양은 급우들이 밝힌 전국 대회 우승 목표에 대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표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관전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 팀이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레 되물으며 "서울시 교육감 대회에서 꼭 우승해서 학교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마중학교 선수단. /사진=정도원 기자용마중학교 선수단. /사진=정도원 기자
파이팅 넘치는 학생들이 자교의 이름을 걸고 깨끗한 승부를 펼치는 것이 흡사 '고시엔 우승'을 노리는 일본 소년 야구 만화의 단행본 한 권을 보는 듯 했다. 친구들끼리 교사의 지도 아래 야구팀을 결성해 역경과 어려움을 딛고 다른 학교 팀과 정정당당한 승부를 거쳐 전국 대회에 도전하는 스토리. 특기생과 비특기생이 분절되어 '전국대회 도전' 등은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였던 우리의 학창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더욱 감동이 크지 않았나 싶다.

이 날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전국 대회'를 노리는 양 팀 학생들의 당찬 포부를 들으니 이제 우리의 '고시엔' 도전 스토리를 그려낼 날이 머지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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