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덕지 교육 현주소는] ④ "교양 체육 없앨까" 서울대의 역주행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2013.05.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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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체육관 앞에 서 있는 체·덕·지 교육 홍보물. /사진=정도원 기자서울대학교 체육관 앞에 서 있는 체·덕·지 교육 홍보물. /사진=정도원 기자


취미반 리틀야구 그리고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 등으로 스포츠를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체·덕·지 교육 운동이 움트는 가운데,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역주행'이 올초 화제가 된 바 있다.

교양 교육 과정을 관리·운영하는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2014학년도 1학기부터 교양 체육 과목을 정식 교과목에서 제외해 사실상 없애는 '비교과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심지어 이 방안을 추진한 이른바 '개선안'에는 "대학 교육의 주요 사명은 지적 영역의 발전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체육 교육이 지적 영역의 발전에 불필요하며, 대학에서 필요한 교육의 범주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학내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선 초·중·고교에서는 인성 교육 차원에서 체육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데 서울대가 역주행을 한 셈이다.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스포츠가 졸업과 함께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으로 묻혀지는 것으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성인이 된 뒤 지역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 모두가 구기 스포츠 하나쯤을 취미로 즐기며 음주·흡연 등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러한 체육 경시가 대학 전체로 번지게 되면 자칫 초·중·고와 지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대학'이라는 고리가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렇다면 체육은 정말로 대학 교육에서는 불필요할까. 6일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는 100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총장배 구기대회 개회식이 열렸다. 입학식·졸업식 등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행사로서는 연중 최대 규모의 행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6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린 서울대 총장배 구기대회 개회식. /사진=정도원 기자6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린 서울대 총장배 구기대회 개회식. /사진=정도원 기자
개회식에 참석한 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체육부장은 교양 체육 논란에 관해 "솔직히 학내에 인식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왜 교양 체육이 필요하며, 대학에서 교육 체육 과정이 요구받는가를 체육이 가진 교육적 효과를 통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체육부장. /사진=서울대 체육부 홈페이지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체육부장. /사진=서울대 체육부 홈페이지
김 교수는 "대학의 대다수의 구성원은 교양 체육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다소 조심스럽게 "다만 대학도 재정적 이유라던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으니까 우선 순위에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대학 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양 체육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체·덕·지 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학외에서는 호응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교양 체육 폐지 움직임으로 인해 되레 안방에서 찬물을 뒤집어쓴 셈이다. 김 교수는 체·덕·지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단체 구기 스포츠를 통해 협력과 배려하는 능력을 함양했으면 한다"며 "단체 스포츠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며 서로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학생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체육 활동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학업과 체육을 병행하게 되면 체육 활동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일정 부분 평가해주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대학 입시에 고려하는 것과 대학에서의 교양 체육과 동아리 스포츠 활동을 사회 진출시 기업에서 고려하는 분위기 조성 등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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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교양체육 없앨까" 서울대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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