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덕지 교육 현주소는] ⑤ "교실에 칠판 없는 격" 열악한 체육 교육 여건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2013.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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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총장배 백학기 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대 보조운동장의 전경. /사진=정도원 기자제38회 총장배 백학기 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대 보조운동장의 전경. /사진=정도원 기자


어느 학교 교실에 칠판이 없거나 책·걸상이 없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지적 교육에는 그토록 열성이고 환경과 여건, 시설을 꼼꼼하게 따지지만 체육 교육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체·덕·지 교육이라고 하지만 환경과 여건, 시설을 따지면 셋을 동렬에서 칭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제9회 도미노피자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경기가 분산되어 치러지는 구리시 주니어 야구장. '마운드가 있어 야구장이구나' 싶을 뿐 마운드·덕아웃·펜스 등의 시설을 빼고 보면 그냥 한강변의 모래땅이다. 구장과 주차장은 펜스로 구분지어져 있을 뿐 안팎의 환경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펜스만 뒤로 물리면 원래 주차장이었던 곳도 학생 선수가 뛰고 뒹구는 경기장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준 동작구 리틀야구단 감독은 "장충이나 남양주(리틀야구장)는 여기보다는 낫다"며 "그 곳은 그래도 인조잔디"라고 말했다. 그는 "인조잔디면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부상당할 염려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말에 스트레스를 풀고 야구를 즐기러 나온 '취미반' 동작구 리틀야구단 학생들. 야구를 즐기며 협동심·사회성·적극성·예의범절 등을 자연스레 익히는 것도 좋지만, 그런 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열악한 시설으로 인한 부상이다. 취미반 리틀야구나 학교스포츠클럽은 학업과 체육의 건전한 병행이 목표인데, 부상으로 인해 학업에까지 지장이 간다면 이 또한 문제다.

서울대의 교양 야구, 교양 양궁 등은 1학점이 부여되어 보조운동장에서 강의가 진행된다. 실내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여러 단과대학의 교양 강의처럼 이들 교양 과목에게는 보조운동장이 강의실인 셈이다. 엄연히 강의가 진행되는 공간인 만큼 최소한의 시설은 갖추고 있을까.



총장배 구기대회의 한 종목인 제38회 총장배 백학기 야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학교 야구장. 이 곳 역시 그냥 모래땅이다. 흙바닥이라고 해서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무슨 이름이 있는 흙도 아니고 그냥 흙과 모래와 돌이 섞여 있다.

이 곳에서는 교양 체육 과목의 강의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학교내 33개 야구 동아리에 소속된 1547명의 교수·교직원·학부생·대학원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연중 계속되는 리그전인 스누리그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장배 백학기 야구대회, 종합체육대회 야구 종목, 총동창회장배 동문야구대회 등 주요 토너먼트 대회들도 치러진다.

백학기 경기를 치르고 있던 선수들은 "불규칙 바운드는 그냥 일상"이라고 말한다. 스누리그 클럽에는 리그 경기 중 선수가 부상당할 경우 학생처 복지과에 학생의료공제회비 급여를 요청하는 절차 안내가 공지글로 올라가 있다. 그만큼 부상은 일상적인 일이다.


서울대 종합체육관(정면 건물) 옆으로는 보조체육관이 신축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원래 있던 보조체육관을 헐었지만 아직 신축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포스코스포츠센터. /사진=정도원 기자서울대 종합체육관(정면 건물) 옆으로는 보조체육관이 신축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원래 있던 보조체육관을 헐었지만 아직 신축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포스코스포츠센터. /사진=정도원 기자
6일 오후 5시 30분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총장배 구기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체육부장은 "실외 운동 공간과 실내 운동 공간을 가릴 것 없이 포화 상태"라며 "서울대의 인원에 비해 체육 여건은 한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개회식이 열린 곳의 정식 명칭은 종합체육관이지만 학생들은 그냥 체육관이라고만 부른다. 학내에 무슨 다른 체육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체육관 옆으로는 90년대부터 논의되던 서울대 체육교육과의 숙원 사업인 보조체육관 신축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것이 지어지면 서울대의 체육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이 되는 것일까.

"리모델링일 뿐이다. 공간만 약간 늘어날 뿐"이라고 김 교수는 잘라 말했다.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체육관만 하나가 아니라 대운동장도 하나다. 그는 "대운동장 하나에서 모든 스포츠를 다한다"며 "예약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학내 동아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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