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發 공포물 봇물…"그러나 자신감을 얘기하자"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14 11:16
글자크기
-국책 모기지 업체 긴급구제안까지, 쏟아지는 해외 공포물들
-"한국 펀더멘털은 달라, 외인 공매도 호되게 당할 것"
-위기 역이용하는 자신감 배양할 때


월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듣다보면 무더위가 금세 잊혀진다. 이만한 납량특집도 없다. 14일이 절정이었다.



◇모기지 위기와 인플레, 韓금융시장 무차별 폭격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 맥과 패니 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방안이 13일(현지시간) 전격 발표됐다. 일요일 오후 6시, 아시아는 이른 아침이었다. 연준(FRB)의 재할인 창구 개방이 기본이었다. 국유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2위의 독립 모기지업체인 인디맥이 지난주 파산했다. 자산규모가 320억달러로, 역대 파산은행중 2위다. 단순히 비교할 때 지금 월가는 역대 2위의 위기에 처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방향타인 미국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위기설, 메릴린치의 대규모 손실 전망 등 날만 새면 흉흉한 소식이 업그레이드된 채로 재생을 반복하고 있다. GM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했다. 고유가 소식은 '3차 오일 쇼크'가 임박했다는 헤드라인을 타고 전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새가슴인가.

이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시장에 전파되고 있다. 유가 급등까지 더해져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잠깐 1500을 깨기도 했다. 종가는 1567. 1500을 못지키면 1200까지 갈수 있다는 공포심이 팽배했다. 외국인은 공매도를 통해 투자심리를 더 압박했다. 패닉을 이기지 못한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다. 차별화(디커플링)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외국인 공매도, 곧 호되게 당한다"
지난 주말 평소 알던 재야의 고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외국인이 너무 무리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공매도를 한다. 개미들이 너무 휘둘리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공매도한 외국인도 주가가 반등하면 많은 손해를 본다"는 제보였다.

그는 "주가 하락에도 간접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기관의 매수 여력이 풍부하다. 연기금도 주식 매수 자금이 적지않다. 문제는 심리다. 센티멘트만 안정되면 코스피는 급반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급반등이 오면 공매도 포지션은 정리되고 이는 반등 탄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이어 "한국 증시 주가수익배율(PER)이 10배 아래로 떨어졌다. 역사적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 우량기업들 PER은 6내지 7배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들이 주식을 안사면 언제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고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우리 투자자들이 자신감이 너무 없다. 근거없이 비관에 젖어있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국제부에 있다보면 흉흉한 외신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린다.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하지만 월가가 저런 상황에서 주식을 사라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자 그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증시가 문제가 가장 많은 미국보다 더 많이 하락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2분기 기업 실적은 상대적으로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공매도한 외국인이 한번 된통 당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덧붙였다.

7월 조정으로 다우지수 올해 하락률은 16%대로 불어났다.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17%대다. 한때 10%포인트의 격차가 있었다.

◇위기의식 못지않게 자신감 가져야
요즘 우리 대통령과 경제 수장들이 매일 설파하는 것은 한마디로 위기론이다. 위기가 왔거나 오고 있으니 대비하자는 것이다. 공통된 근거는 고유가다. 3차 오일 쇼크 얘기까지 공론화되는 걸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유가라는 변수 하나에 따라 정부의 스탠스는 성장에서 안정으로 다시 위기로 이동했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위기론으로 각 경제 주체와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한다. 위기에 대비하는 한편으로 위기를 이용하는 채비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역시 성장의 둔화라는 관점 뿐 아니라 자산 과열과 버블 정화를 위해 필요한 자연 현상으로 접근하는 배짱도 필요하다. 이런 균형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위기에서 기업 사는 버핏의 선택은 자신감의 발로
78세의 노인 워런 버핏이 신용위기 국면에서 보란듯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사들인 기업이 28개에 이른다고 한다. 자신감의 발로다.

고유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제외하고 한국 경제가 피멍든 미국에 비해 못한 게 없다. 최근 한국의 중대형차 구입 비중은 세계 수위권이다. 고급 외제차 구입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오일 쇼크라는 일간지 헤드라인을 보고 연비가 떨어지는 중대형차를 '턱' 살 수 있는 부자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주택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보이는 속에서 한국의 부동산은 아직 큰 타격이 없다. 기록적인 해외여행 수지 적자를 보라. 놀라운 펀더멘털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인 심각한 위기는 양극화이지 침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아직 심하게 늙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만 강조하다보면 이런 장점들은 묻힌다. 위기에 대한 각성 못지않게 자신감도 서로 적극 독려할 때다. 정부, 기업, 가계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예외가 아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