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붕괴 막자" 美 마지막 카드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8.07.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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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패니매-프레디맥 구제금융 전격 지원 이유

-금융시스템 붕괴 막기 위한 '초강수'
-직접 자금 지원 나아가 국유화 가능성도
-근본원인은 주택침체… 해결에 시간 걸릴 듯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 정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직접적인 자금 지원)방안을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일요일 오후 6시 구제안 발표가 있을 정도로 전격적인 대응이었다.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대변한다.



◇3가지 지원방안, 국유화 가능성 열어
미재무부는 이들이 일단 중앙은행인 연준(FRB)의 재할인 창구를 통해 직접 자금을 지원받도록 했다. 이에따라 두 모기지업체는 뉴욕 연방은행의 재할인 창구를 통해 2.25%의 금리로 자금을 직접 대출받게된다.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저리의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특별우대 조치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된다. 지난 3월 신용위기 때는 연준이 투자은행에 대해 재할인창구를 개방했다.

더불어 재무부가 이들에 대한 신용라인(크레디트라인) 한도를 확대해줄 것을 미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22억5000만달러인 신용한도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인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안인 만큼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보다 강력한 조치는 재무부가 이들 국책 모기지업체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결국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인수되는 길을 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우리나라의 우리금융 (11,900원 0.0%)과 같은 거대 국유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게된다.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지원 카드까지 공개된 셈이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자
미정부의 전격적인 구제금융은 두 모기지업체의 위기가 확산될 경우 자칫 미국의 금융시스템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지난 3월16일 베어스턴스를 JP모간체이스에 주당 2달러에 매각할 때도 금융시스템 붕괴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주효했다. 베어스턴스와 연계된 신용디폴트스왑(CDS) 규모가 무려 10조달러(미국의 GDP 14조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도를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증한 모기지 채권은 전체 주택 모기지 시장 관련 부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6조달러에 달한다. 두 모기지 공룡이 무너지면 모기지시장에 대혼란이 불가피하고 이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두 업체가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지 않아 구제금융을 지원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풀 전 총재는 "프레디맥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자산보다 빚이 52억달러 더 많아 지불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패니메이의 자산 가치는 122억달러로 66% 급감했고, 다음 분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의회는 양사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제금융의 불가피성을 미리 알린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주택 침체와 모기지 디폴트가 근본 원인
두 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은 지난해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모기지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지난 3월 말까지 9개월간 입은 손실은 110억달러가량이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7일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회계기준이 바뀌면 각각 460억달러와 2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들 업체에 대한 유동성 위기를 촉발시켰다. 주가는 17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두 업체가 무너지면 주택경기 침체를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 말라있는 모기지시장의 유동성이 한단계 더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보증한 채권가격이 급락해 채권 보유 기관의 손실이 불어나는 등 연쇄적인 파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 세금이 대규모 투입되는 정부 '개입'이 단행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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