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지금 집값에 비움은 있는가?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7.09.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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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 명예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이 어느 암자를 찾아 스님에게 삶의 길을 물었다. 스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동자가 내온 찻잔이 넘치고 또 넘치도록 차를 따랐다. 암자 바닥이 차로 흥건하게 젖을 정도가 됐다.

속세의 권력가가 말을 했다. "스님, 찻잔에 물이 넘치고 있습니다." 스님은 묵묵히 차만 따르다 한 말씀을 하신다. "찻잔을 비워야 새 차를 따를 수 있습니다." 속세의 모든 것을 다 거머쥔 속인에게 '비움'의 의미를 던져준 것이다.



올초까지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부동산 얘기로 꽃을 피우다 최근 주식 대선 신정아 등으로 관심을 돌렸다. 지금도 부동산을 놓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나마 나오는 얘기가 크게 달라졌다.

"어디다 집을 사야 오를까요?" 또는 "어느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하나요?"에서 "집 팔아도 돼요?" 또는 "어떻게 해야 집을 팔 수 있나?" 등으로 질문이 바뀐 것이다.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몇 년간의 부동산 랠리는 세계적으로 펼쳐졌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호주 등의 집값은 우리보다 더 뛰었다. 너무 올랐는가? 집값 하락과 그 후유증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집값이 두 자리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FT는 경제 전문가들이 집값 하락이 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집값이 15% 떨어지면서 가계자산이 3조달러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주택 전문가인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도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서브프라임 같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집값 붕괴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집값은 지난 2/4분기동안 전년대비 3.2%나 떨어지면 20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며칠전 한 인터넷 포탈에서 네티즌들이 어떤 일간지의 사설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기존 주택 거래가 실종된 것은 참여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 때문이라는 게 사설의 논지.

일부 네티즌들은 높은 세금과 대출규제 등 반시장적인 정책이 IMF 이후 부동산시장에 최대 위기를 몰고 왔다는 사설의 주장에 동조했다. 다른 쪽에 선 네티즌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터무니없이 값을 높여 내놓고는 집이 팔리기를 바라는 것은 친시장적이냐며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입씨름에 등장했다. 이명박 후보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하고 용적률 조금 높여주면 신도시 몇 개 만드는 거보다 낫다. 잠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물량이 늘어나면 결국 집값이 안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이에대해 노 대통령이 "수도권의 용적률을 높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보도를 봤는데 이 무슨 망발인가"라며 이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우리의 경우 대놓고 집값 하락을 경고하는 시그널은 없지만 이러한 현상들을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집값에 비움이 있는가? 그래서 더 채울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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