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권력가가 말을 했다. "스님, 찻잔에 물이 넘치고 있습니다." 스님은 묵묵히 차만 따르다 한 말씀을 하신다. "찻잔을 비워야 새 차를 따를 수 있습니다." 속세의 모든 것을 다 거머쥔 속인에게 '비움'의 의미를 던져준 것이다.
"어디다 집을 사야 오를까요?" 또는 "어느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하나요?"에서 "집 팔아도 돼요?" 또는 "어떻게 해야 집을 팔 수 있나?" 등으로 질문이 바뀐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집값이 두 자리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FT는 경제 전문가들이 집값 하락이 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집값이 15% 떨어지면서 가계자산이 3조달러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미국의 유명 주택 전문가인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도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서브프라임 같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집값 붕괴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집값은 지난 2/4분기동안 전년대비 3.2%나 떨어지면 20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며칠전 한 인터넷 포탈에서 네티즌들이 어떤 일간지의 사설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기존 주택 거래가 실종된 것은 참여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 때문이라는 게 사설의 논지.
일부 네티즌들은 높은 세금과 대출규제 등 반시장적인 정책이 IMF 이후 부동산시장에 최대 위기를 몰고 왔다는 사설의 주장에 동조했다. 다른 쪽에 선 네티즌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터무니없이 값을 높여 내놓고는 집이 팔리기를 바라는 것은 친시장적이냐며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입씨름에 등장했다. 이명박 후보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하고 용적률 조금 높여주면 신도시 몇 개 만드는 거보다 낫다. 잠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물량이 늘어나면 결국 집값이 안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이에대해 노 대통령이 "수도권의 용적률을 높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보도를 봤는데 이 무슨 망발인가"라며 이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우리의 경우 대놓고 집값 하락을 경고하는 시그널은 없지만 이러한 현상들을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집값에 비움이 있는가? 그래서 더 채울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