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남 오르는 게 문제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6.09.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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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주는 주택정책을 꿈꾸 며Ⅱ

판교 2차에서 현대아파트 56평형이 8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청약제도의 후진성을 잘 나타낸다.

내집마련이 복권 당첨과 같은 사행성 게임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 정책당국은 무능해서인지, 불성실해서인지, 둘다인지 이러한 제도를 수십년 동안 방치해왔다.

임대주택은 그동안 저소득층 주거복지와 관련한 집권자들의 정책홍보 수단이었다. 목표에 맞춰 짓는 데만 열중했다. 당연히 질보다는 양이 강조됐다. 임대주택이 변두리에만 지어진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지하철과 버스가 없어 입주민들은 일터로 가려면 서너 번씩 차를 갈아타야 한다. 건축법에 따라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는 일정 크기 이상 자동차를 사면 그순간 임대주택에서 쫓아냈다. 이런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온 사람들이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릴레이 대책'을 내놓을 자격이 있는가?

다양한 임대주택이 많은 것은 그만큼 주택인프라가 튼튼하다는 의미다. 임대주택은 중산층 또는 상류층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집값 불안 없이 살면서, 돈을 모아 모기지 등을 이용해 내집을 장만토록 하는 토대다.



미국은 내집을 장만한 사람에게는 연말에 세금을 환급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내집 마련을 장려한다. 다음 임대 수요자를 배려, 적정 수준의 임대주택 공실률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주택 인프라가 튼튼하다보니 시카고 보스턴 뉴욕 등에 있는 고급 주택단지의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거의 없다.

2년 전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임대주택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지만 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부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자들도 들어가는 임대주택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의 경제력이나 국민수준 등을 감안하면 그럴 시점이 지났다.

판교에서 동양생명이 공급한 동양엔파트 중대형 임대아파트가 10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은 의미가 크다. 이들은 입주 후 10년 뒤 9억1700만원에 이르는 분양전환 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 수요자들이다.


바로 좋은 임대주택이라면 부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이를 확대하면 임대주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부자 또는 몇년 지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의 시선에 거리낌없이 살 만한 임대주택 등 다양한 수요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나오고 청약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땅을 밀어내고 택지를 조성해 아파트만 잔뜩 짓고 분양가와 주변 집값을 치솟게 하는 수준낮은 주택정책과 청약제도는 바꿔야 한다. 아름다운 강산을 전부 콘크리트 숲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869대1의 경쟁률을 즐기는 주택정책과 청약제도가 있는 한 집으로 인한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와 주택정책 입안자들은 강남 집값 잡기에 앞서 긴 호흡을 갖고 낡아빠진 주택정책과 청약제도를 개선하고 금융지원을 다양화하는 등 주택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강남 집값 잡듯 전력을 다했어야 한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해 서민들이 당하는 피해를 막을 장치가 없고 집값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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