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국 중국? 속은 곪는다…"딜러사 절반이 손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8.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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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에 보고한 목표 달성해야 리베이트 지급되는 구조…
BMW 목표 낮추고 과잉경쟁 말자 제안, 성공 여부는 미지수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공장에서 차량이 조립되고 있다. 2018.8.31  /AFPBBNews=뉴스1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공장에서 차량이 조립되고 있다. 2018.8.31 /AFPBBNews=뉴스1


중국 자동차 시장이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뜻밖에 중국 내 자동차 딜러사들의 수익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요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차를 팔기 위해 벌이고 있는 과도한 할인경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는 지난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7월 전국 자동차 생활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전국 1164개 딜러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자동차 딜러들의 종합 만족도 점수는 69.7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핵심은 악화하는 수익률이다. 전국승용차시장정보공동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승용차 누적 소매판매는 984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그런데 자동차딜러협회 조사엔 올 상반기 전체 딜러 중 50.8%가 손실을 입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전체 딜러 중 43.5%만 손실을 입었다고 답했었다.

신차 판매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는 응답도 26.5%에 달했다. 자동차 딜러사들 중 4분의 1이 신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 입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딜러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는 할인율이다. CITIC건설투자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 평균 11.4%정도였던 중국 내 자동차 할인율은 올 1월 20%를 넘어섰고, 5월엔 22.2%, 6월엔 23.2%까지 올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할인율의 배경엔 독특한 중국 자동차제조사-딜러사 간 리베이트 구조가 있다. 딜러는 연간 및 분기 판매목표를 설정해 제조사와 공유한다. 이 판매목표를 달성한 경우 제조사는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딜러사들로서는 할인을 해서라도 일단 판매목표를 달성해야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 할인을 제공하고도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리베이트도 받지 못하니 손해는 두 배가 된다.

딜러사들의 수익이 극도로 나빠지는 가운데에서도 조사에 응한 딜러 중 약 30%가 반기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출혈경쟁 때문이다. 반면 33%가량의 딜러는 목표의 70%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BMW나 벤츠, 아우디 등 중국 내 선호도가 높은 해외 브랜드만 놓고 보면 약 40%가 목표를 달성했다. 상대적으로 중국 로컬브랜드 딜러들은 형편이 더 어렵다.


올 상반기 상황은 다소 개선됐지만 중국 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등의 문제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차가 필요해도 가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선뜻 신차를 구입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판매량을 유지해야 하는 딜러들의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 중국 2위 딜러사 차이나그랜드의 사례는 딜러사들의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차이나그랜드의 순손실은 26억7000만위안(약 5000억원)에 달했다. 매장 폐쇄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올해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1위로 알려진 종성홀딩스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4.8% 줄었다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하다보니 BMW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BMW도 상반기까지는 딜러들에게 보조금을 기존처럼 제공했지만 딜러사들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판매목표도 낮추기로 했다. 업계 관행을 깨고 제 살을 깎아먹는 과잉 경쟁을 멈추자는 건데, 다른 딜러들이 BMW의 시도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랑슈에홍 중국자동차딜러협회 사무차장은 "다른 브랜드들이 여전히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이익을 희생한다면 BMW의 판매량만 단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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