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자신을 찾아가는 접근법이 점점 다양해지는 세태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점점 더 내가 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다가 다 그만두고 훌쩍 세계여행을 떠난다거나, 남편과 아이도 뒤로 하고 유학길에 오른다는 사람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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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드라마가 반환점을 돌자 모든 비밀의 봉인이 해제됐다. 고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위암에 걸렸는데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미국에서 몰래 수술을 받았고, 완치는 됐지만 안타깝게도 그 뒤에는 우울증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약혼자 송현준(한준우)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겨 “바닥을 봤다”며 석류가 내린 결론이 파혼이었다.
돌아와서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내내 숨기고 있던 석류의 속사정은 7회말 현준의 등장 이후 봇물이 터진 듯 쏟아져 나왔다. 결국 승효와 석류의 요절복통 같은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았던 ‘엄마 친구 아들’은 알고 보니 로맨스는 덤일 뿐 30대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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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직장생활도 좋아서 한 건 아니라며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찾는다는 이야기를 드라마 곳곳에서 하던 석류는 드디어 찾아낸 꿈이 요리라며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닌다. 승효와는 십수년째 사춘기 시절처럼 거친 언행을 주고받으면서 유치하게 감정싸움을 할 뿐 서로의 진짜 감정에는 솔직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어른스러워지는 중이다.
이쯤 되니 석류를 연기하는 정소민을 향한 시선도 달라진다. 초반에는 속없이 까불며 여전히 사춘기 소녀처럼 말괄량이로 행동하는 석류의 겉모습만 보고 정소민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구나’ 정도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아픈 서사를 꾹꾹 누르고 애써 함박웃음을 짓는 석류의 에너지를 정소민이 얼마나 잘 응축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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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웃겼다 울렸다, 들었다 놨다 하는 정소민의 연기 내공에도 놀라게 된다. 승효와, 그리고 엄마와, 뻑하면 툭탁툭탁 다투고 소리 지르던 석류가 자신의 지난 아픔들을 이들과 공유한 뒤부터는 수없이 눈물을 흘리며 시청자들의 눈시울까지 뜨겁게 만들고 있다. 많은 작품들에서 명랑하고 다부진 캐릭터로 눈물보다는 웃음코드에 더 가깝게 느껴지던 정소민이 눈물연기로 팬들에게 뜻밖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렇듯 가족들을 비롯해 절친한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표현하는 게 여전히 어렵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서툰 석류의 이야기가 안방팬들에게 엄청난 공감을 일으키며 ‘엄마 친구 아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소민의 연기력과 존재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더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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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를 통해 마음이 두 뼘은 더 컸을 승효와 석류가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도 두고 볼 일이다. 30대 주인공들의 성장 서사를 진하게 펼쳤으니 그다음은 남사친-여사친으로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이야기로 이어질지, 곧바로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향연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지금까지의 전개로는 또 한 번 우여곡절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래도 정소민의 활력 넘치는 에너지에 기대어 빠르게 핑크빛 로맨스 챕터로 넘어갈 수 있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