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단짠' 빵들이 가득하다. 겉바속촉의 느낌과 오랜 보관의 용도로 트랜스지방이 들어가지만, 국내에선 0.2g 이하로 쓰이면 '0'으로 표기해도 무방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 하드와 소프트로 나눠 매일 아침 8시에 나오는 시오빵(소금빵)을 한 입만 물면 과장을 보태 그 부드러움과 감칠맛에 바로 쓰러질 것 같다. 이 빵을 시작으로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를 섭렵하고 케잌까지 이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사실, 뱃살이나 허리둘레, LDL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지방과 관계된 것으로 그간 인지됐다. 그러니까, '동물성 포화지방이 문제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포화지방이 아니라 트랜스지방이다. 전세계 이상지질혈증이나 순환기 질병에서 매년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포화지방은 '절제', 트랜스지방은 '회피'(AVOID)라고 적혀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평균 영양 섭취량인 2000kcal 기준 트랜스지방 비율은 2.2g 이상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피자 1조각(150g)에 0.6g의 트랜스지방이 있으니 3, 4조각만 먹어도 '위험' 수준이다. 보고 먹는 느낌만으로도 순수 결정체로 보이는 생크림케이크 1개(150g)에도 트랜스지방은 0.4g이어서 식사 후 후식으로 '가볍게' 먹는 케잌은 '무서운' 혈관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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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은 2000kcal보다 더 적게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체 트랜스지방 섭취량도 더 줄어야 하는데, 주식(탄수화물)은 줄이면서 간식이나 후식은 아무렇게 섭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루 케잌 하나 정도는 별 문제가 없지만, 습관이 문제다. 단맛과 바삭함에 길든 식감은 하루는 케잌, 다음날은 치킨, 그다음 날은 피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WHO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2023년까지 트랜스지방 섭취 줄이기 운동을 목표로 내세웠다. 게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트랜스지방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2021년 낸 보고소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아시아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트랜스지방 관리에 '가장 잘 실천하는 국가'(Best practice)로 꼽힌 반면, 한국은 0.2g 이하는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등 느슨한 규칙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WHO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심장병, 심근경색, 뇌경색 등 혈관 질병의 주범이 트랜스지방인데, 한국은 이와 관련된 사망률이 4.76%라는 사실이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사람 100명 중 5명은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했다는 얘기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이 비율이 1.8%다. 이상적인 식습관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히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대개 1% 미만이다. 이들은 올리브유, 견과류, 생선을 주요 음식으로 섭취한다.
호밀빵. /사진=유튜브 캡처
빵을 먹고 싶다면, 그것도 혈당을 천천히 올리면서 겉바속촉의 빵을 먹고 싶다면 아래 방법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호밀빵 100%를 사서 식빵보다 더 얇게 자른 뒤 토스터기에 여러 번 구워낸다. 빵의 겉면이 약간 탈 정도까지 구워내면 답답하고 텁텁한 식감이 어느새 맛 좋은 영양식으로 둔갑한다. 여기에 치즈 한 장 올려 아보카드 오일에 발사믹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단짠'(달고 짠)에 익숙해진 맛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바꾼 입맛은 일주일만 지나면 어느새 쉽게 적응한다. 인간도 결국 환경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이렇게 먹었더니, 간단한 식빵이나 크로와상, 패스츄리 같은 버터만으로 만든 빵도 혀 안에서만 즐거웠을 뿐,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었다. 윤기 넘치는 빵을 치워야 뱃살과 혈관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