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⑥ 식사 전 운동 VS 식사 후 운동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2022.05.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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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근육량을 늘리고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은 필요하다. /사진=유튜브 캡처근육량을 늘리고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은 필요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식이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이번에는 운동이 화두였다. 콜레스테롤만 문제였다면 식이 조절로 끝내려고 했는데, 당뇨까지 겹쳐 운동을 피할 수 없었다. 당뇨는 혈당 조절이 중요해 음식이 1차 방어벽이라면, 운동은 마지노선이다. 만약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면에 밥까지 말아 먹었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걷고 안 걷고의 단순한 차이가 혈당 수치를 최대 2배 가까이 벌리기 때문이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을 정도로 정해져 있다.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 이 두 가지 병행 요법에 이견은 없다. 순서도 근육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쉽게 말하면 스쿼트나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을 한 뒤 걷거나 뛰라는 얘기다.



당뇨 판정을 받은 내가 하루 세끼 식단에 맞춘 운동법은 아침에 근육 운동, 점심에 걷기, 저녁에 근육 운동 뒤 뛰기다. 아침엔 팔굽혀펴기(푸쉬업) 30회, 스쿼트 30회를 '간단히' 하고 점심엔 청계천이나 삼청동 주변을 40~50분 걷는다. 걸을 땐 평소보다 10cm 더 큰 보폭으로 걸어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게 포인트. 이렇게 걸으면 만보계 기준 6000걸음에서 7000걸음 정도 나온다. 저녁엔 해가 없고 사람이 드문 홍제천변을 3km 남짓 달린다. 걸음 수로 4000정도 기록되는데, 캐시워크 앱으로 모두 합산하면 하루 평균 1만보를 상회한다. 그렇게 모은 캐시가 지금까지 7만 점이 넘었고 그중 커피로 교환해 쓰고 남은 캐시가 3만점 정도다.

이런 식의 운동이 어떤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마련된 것은 아니다. 아침은 아침 식사 준비가 생각보다 길어 출근 시간을 고려해 근육 운동에만 집중한 것이고 점심은 햇빛을 감안해 걷기를 택했을 뿐이다. 저녁 근육 운동은 스쿼트 60회, 턱걸이 15회 등이다.



달리기는 원래 운동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일 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 대학입시 때 어쩔 수 없이 1000m를 거품 물고 달린 기억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다. 달리기를 못 하고 싫어했기에 수영이나 자전거, 테니스, 등산 같은 대체재로 만족해야 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오른쪽)이 골밀도가 잘 보존되고 근육이 발달돼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오른쪽)이 골밀도가 잘 보존되고 근육이 발달돼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당뇨 판정을 받고 축 처진 뱃살을 줄일 극적인 효과의 운동을 검색하다 만난 공통의 키워드가 '달리기'였다. 하루에 1만보를 걸어도 결코 빠지지 않은 뱃살을 과감히 통솔해 줄 구세주가 이제야 나타나다니. 하지만 달리기는 나의 천적이 아니던가.

새로 시작해야 했다. 달리기는 어떤 운동인지, 나에게 맞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건지, 중년이 해도 무리가 없는 건지 공부해야 했다. 우선, 달리기가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중년의 달리기가 관절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컸는데, 이 역시 기우였다. 한 연구에선 80세 장년이 꾸준히 달리기를 한 결과 달리기하지 않은 60세보다 관절이 더 건강했고 심지어 20, 30대처럼 근육이 발달되면서 관절이 잘 보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까지 알게 되자 달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터라, 시작은 미미했다. 첫날은 2분 정도 달리고 1km 걷고 하기를 5일 했고, 이후 1km 달리고(6분) 다시 1km 걷고를 5일 식으로 조금씩 늘렸다. 2주가 지났을 땐 3km를 18분에 달렸다.

지방을 태우고 제대로 된 운동효과를 보려면 30분(5km) 이상 달려야 한다고 하는데, 내 체력과 인내, 다음 운동을 고려해 3km를 한계 운동 거리로 지정했다. 회사 선배가 하루 10km씩 달리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다 며칠 되지 않아 '피로골절'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개인에게 가장 '적당한' 운동량을 설정하는 것이 무리한 실행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운동은 '언제' 해야 할까가 관건이었다. 인터넷엔 시끌벅적했다. 식사 전과 후가 한창 논쟁 중이었다. 식전 운동파는 밥을 먹은 후 운동은 소화를 방해한다고 여겨 지방을 태우는 것도 덜 효과적이라고 본다. 식후 운동파는 탄소화물 대사 처리 속도가 빨라지므로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진=유튜브 캡처/사진=유튜브 캡처
초기 연구에서는 공복 운동이 식후 운동보다 지방 연소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식사 전후 운동 모두 체성분을 줄였는데, 통계학적 차이가 없다고 결론 냈다. 최근 경향은 근육 운동 같은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겐 공복 운동이, 혈당을 낮추려는 이들에겐 식후 운동이 권장되는 식으로 언급된다. 결국 개인마다 다르고 식사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한 건 당뇨가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식후 운동이 적합하다. 식사 후 운동이 바로 혈당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요령이 필요하다. 식사 후 바로 하는 운동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식사를 마친 후 10, 20분간 시간 차를 두는 게 중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이는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소화를 방해하는 것을 막아 줄뿐만 아니라, 운동 전 필요한 수십 분의 시간도 벌 수 있다.

운동하러 가기 전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설거지를 마친 뒤 물 한 잔 마시고 달릴 준비하는 홍제천변에는 오늘 저녁도 각양각색의 러너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자세히 보니, 뛰는 이들 모두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달리는 사람들이 건강한 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달렸다. 달리는 것도 건강한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생각에 신발 끈을 더 조여 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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