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③금연 후 당뇨…믿었던 건강의 배신<2>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2022.05.0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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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③금연 후 당뇨…믿었던 건강의 배신<2>


담배를 끊었더니 후각이 되살아났다. 모든 맛에 민감해졌고 식욕이 불타올랐다.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하자, 안도감이 들었다. 적정 체중이 70kg 정도여서 앞으로 6kg(2020년 당시 64kg)까지 더 늘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금연을 한 뒤 보건소에서 한 달에 한 번 전화가 왔다.

"금연 잘하고 계시죠?" 같은 질문에 처음 몇 달은 "네"하고 짧게 대답하고 끝냈다. 6개월 즈음 지났을 땐 "근데, 살이 계속 쪄요. 특히 옆구리살요."하고 대답하면 "금연하면 대개 10kg은 금세 쪄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습관화된 듯한 답변을 던졌다.



나름 건강을 유지하겠다고 밀려오는 식욕의 억제재로 선택한 음식이 견과류다. "배고프면 견과류를 먹어라"라는 말은 다이어터나 식습관을 조절하는 이들의 공통 규율처럼 인식됐다. 처음엔 한두 알 집어먹다, 일하면서 먹는 견과류가 어느새 공기 한 사발로 불어나 있었다.

그렇게 금연한 지 1년 가까이 돼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위험 신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복혈당이 136에서 151, 당화혈색소가 6.2에서 6.9로 1년 전인 2020년보다 급격히 올랐다. 정상 범위는 원래 공복혈당 100 미만, 당화혈색소 6.1 이하다. 내가 받은 수치는 결론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공복혈당은 높아도 웬만하면 봐주지만, 당화혈색소가 6.2(경고수치)를 넘어가면 이젠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당화혈색소. /사진=유튜브 캡처당화혈색소. /사진=유튜브 캡처
<2021년 12월>
의사 : 수치 보셨죠? 이제 약을 드셔야겠네요.
나 : 억울합니다. 밀가루 음식도 잘 안 먹고 유전도 없고 적정 체중까지 끌어올렸는데 당뇨라니요. 제가 과체중입니까? 게다가 금연까지 했잖습니까.
의사 :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경고 신호를 받았는데, 적극적인 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겠지요.
나 : 매일 산에, 그것도 맨발로 50분씩 다닙니다.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당뇨를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의사 : 산에 다녀서 그나마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거예요. 유전도 본인이 그 시작일 수 있고요. 여하튼 3개월 후에 검사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하시죠.

당뇨는 공복혈당보다 당화혈색소가 중요하다. 공복혈당은 일회성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할 수 있지만, 당화혈색소는 하루 이틀이 아닌 핏속의 평균 당 수치로 문제의 정도를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다. 특히 3개월마다 이 수치가 바뀐다.(3개월밖에 못 사는 적혈구에 달라붙은 포도당의 농도 수치) 비유하자면 매실청을 담글 때 매실을 넣고 설탕을 넣는데, 이때부터 3개월간의 단 정도를 재는 식이다. 3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매실청을 담그는 시기가 도래하기에, 당뇨 환자들은 3개월마다 갖은 노력(식이 습관/운동 조절 등)으로 당의 농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 나에게는 2022년 새해부터 3개월의 시간이 새로 주어졌다.

평생 나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당뇨가 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자, 모든 일상을 새로 꾸려야 했다. 급선무는 당뇨가 무엇인지 공부하는 일이었다.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왔는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지만, 원인을 차근차근 찾아 나섰다.


혈당 올리는 탄수화물. /사진=유튜브 캡처혈당 올리는 탄수화물. /사진=유튜브 캡처
개인마다 당뇨의 발병 원인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큰 범주에선 비슷했다. 우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당뇨 발병률이 높았다. 전편에서 말했듯 나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당뇨 확률이 다른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견과류를 아무 생각 없이 과다 섭취한 것도 배제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코로나 시대 갇혀 사는 동안 자기 전 소주 한잔에 홍초를 가끔 섞어 먹는 습관도 간과할 수 없었다.

이렇게 기억의 징검다리를 두드리다 보니,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식사 때마다 밥 한 공기를 무조건 비울 만큼 탄수화물에 진심이었고 피자, 햄버거, 치킨만 먹지 않았을 뿐 당 떨어진다며 먹은 빵이나 과자도 시청 영화 수만큼 빠르게 카운팅됐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때 칼로리 섭취량이 늘어나 당뇨 확률이 높다는 독일 연구결과도 있다. 독일 당뇨병 센터가 9만6000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논문 결과에서는 아침을 거른 사람이 먹은 사람보다 당뇨 확률이 33%나 높았다. 나는 지난 30년 가까이 아침을 대부분 걸렀다.

당뇨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을 땐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불치병 같은 인식이 강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이 병의 껍질을 풀면 풀수록 당뇨라는 병의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됐다. 당뇨와 점점 더 친해지면서 앞으로 내 안의 문제를 어떻게 풀고 어떤 생활 습관을 영위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다음 회에선 그런 노력들이 반영될 것이다.

의학계에선 당뇨를 심하게 앓는 사람, 적당히 앓는 사람, 당뇨가 없는 사람 세 부류 중 가장 오래 사는 부류로 '적당히 앓는 당뇨 환자'를 꼽는다. 과욕과 무관심의 경계에서 절제라는 가치를 부단히 실천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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