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자연 감염병은 물론, 생화학 테러 등으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표적인 생화학 무기로 꼽히는 천연두에 대한 대비에 나선 모습이다.
천연두는 1790년대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의 근간이 된 우두법을 발견하면서 30% 이상이었던 치사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후 1977년 이후 자연 발병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근절을 공식화하면서 역사 속 질병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에서만 공식적으로 연구 목적의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다.
전세계적 코로나19 대유행 전 팬데믹 사태를 예견했던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는 지난 2017년과 지난해 생화학 테러로 인한 천연두 유행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의 팬데믹 가능성을 예측하며 생화학 테러로 발생하는 유행병이 최근 인류가 겪고있는 경험 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핵심 내용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통해 어떤 형태의 팬데믹 발생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빌게이츠의 주장은 세계 각국에서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천연두 치료제 개발을 승인했다. 공식 근절 선언 이후 천연두 예방접종이 끊긴 상황에서 생화학 테러 발생으로 인한 재유행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역시 최근 '중점감염증'으로 코로나19와 에볼라출혈열, 천연두를 잠정적으로 선정했다. 국가위기관리에 위협요소가 될 수 있어 의약품을 확보하고 안정적 공급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여기에 지난 2월 예멘에서 천연두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했던 점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 속 생화학 공격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러시아의 존재도 관련 대비가 기우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기업들이 관련 기전에 대한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한발 앞설 수 있었던 것 역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현재 국내사 중엔 HK이노엔 (48,000원 ▲150 +0.31%)이 두창 백신을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2009년 허가받은 2세대 두창 백신을 대테러 대응용으로 정부에 납품 중이다. 2세대 백신은 1세대 백신과 달리 무균 배양 방식이 적용됐다. 시험관 내에서 배양해 제조하는 방식으로 인수공통질환 위험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은 HK이노엔 두창 백신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니들형 백신 패치(붙이는 형태)의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해당 결과는 백신 분야 최고수준의 권위를 갖춘 국제학술지 'Vaccines'에 게재되기도 했다. HK이노엔은 2세대 백신의 부작용과 독성을 줄일 목적으로 3세대 두창 백신도 개발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대규모 전염병에 무감했던 전세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팬데믹의 공포를 재차 실감하면서 코로나19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전염성과 치명률을 보유했던 기존 전염병들의 존재감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대응이 새삼스럽기 보단 여력이 되는 국가들에선 꾸준히 해오던 부분이고, 국내 역시 천연두 분야에선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