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의 형량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혐의 중 딱 한 가지만 봐도 된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의2 위반(상습허위영상물편집·반포)이다.
대신 형량을 정하는 기준이 있다. 범죄 행위 하나에 여러 죄명이 적용되는 경우(상상적 경합)와 여러 행위가 각각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실체적 경합)의 계산법이 다르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처럼 범죄 행위와 적용되는 죄명이 여러 가지인 경우엔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의 상한선에 상한선의 2분의 1을 더한 형량이 상한선이 된다. 즉 가장 무거운 범죄의 법정형 상한선에 1.5배를 곱한 형량이 상한선이 된다. 이를 경합범 가중이라고 한다.
박씨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3가지 범죄△상습 허위 영상물편집·반포 △카메라 등 이용촬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가 상습 허위 영상물편집·반포다. 법정형은 7년6개월 이하의 징역이다.
그런데 박씨는 다른 범죄도 저질렀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징역 7년6개월의 1.5배만큼 처단형의 상한이 올라간다. 그래서 박씨의 경우 판사가 선고할 수 있는 처단형은 징역 11년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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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의 담당 재판부가 징역 11년3개월 이하로 어떤 형량을 선고해도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문제는 선고 가능 형량의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면 선고하는 형량이 판사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판사들이 형량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범죄 유형별로 적절한 형량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양형기준'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법적으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판사가 이를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양형기준을 통해 비슷한 범죄에 대해 일관된 형량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해야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 준수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제공=대법원 양형위원회
기본·감경·가중을 나누는 기준은 특별양형인자다. 감경 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가 있을 경우에는 '감경 영역'에서 형량을 정하고 가중 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가 있으면 '가중 영역'에서 형량을 정한다. 아무것도 없거나 감경 양형인자와 가중 양형인자가 비슷하면 '기본 영역'에서 형을 정한다.
재판부는 박씨가 가중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씨의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박씨를 상습범으로 규정하고 형량 범위를 2년6개월에서 1.5배 가중했다. 허위 영상물 범죄에만 최대 3년9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박씨처럼 3개 이상의 다수 범죄의 경우 기본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 중 형량 범위 상한이 가장 높은 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징역 3년9개월)의 2분의1, 둘째로 높은 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징역2년6개월)의 3분의1을 합산해 형량 범위가 최대 6년5개월15일로 정해졌다. 즉 재판부가 실무상 권고되는 형량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이 6년5개월15일이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상한보다는 낮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피고인 중 가장 먼저 선고받았다. 박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