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자체생산 한다는데…LG화학 목표가 올린 증권가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20.08.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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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자체생산 한다는데…LG화학 목표가 올린 증권가


국내 증권사들이 LG화학 (319,000원 ▼500 -0.16%)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생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진 상향 조정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24~28일) LG화학 주가는 전 주 대비 8.6% 올랐다. 종가는 75만9000원을 기록했다.



직전의 주가 하락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고평가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주가는 4거래일 동안 10% 가까이 빠졌다.

디스카운트 요인은 테슬라였다. 테슬라의 고성능 배터리 내재화 프로젝트 '로드러너'가 성공할 경우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테슬라는 다음 달 22일(현지시간) '배터리 데이'를 열어 회사의 배터리 기술과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LG화학 목표가를 줄상향했다. 심지어 역대 최고가 100만원을 제시한 리포트도 등장했다. 현 시점에서 테슬라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고체 전해질)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은 낮으며 공개하더라도 단기간에 대규모 양산까지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히려 배터리 데이 이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그림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LG화학처럼 과점적 입장에 있는 회사에는 나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LG화학 주가에 테슬라 납품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됐던 만큼 발표 내용이 시장 기대감을 크게 저버리지 않는 이상 투자 심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프리미엄 요인도 있다. 기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사업인 석유화학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원료(나프타 등) 수익성이 좋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COVID-19)로 억눌렸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 소재인 ABS(고부가합성수지)와 PVC(폴리염화비닐), 그리고 합성고무 중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합성고무는 매출의 10%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위생용 장갑 수요가 늘면서 합성고무 소재인 NB라텍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기업 페트로나스케미칼그룹(PCG)과 현지에 연 20만톤 규모의 NB라텍스 제조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오는 2023년 가동이 시작되면 LG화학의 NB라텍스 연간 생산량은 47만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 기준 석유화학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3%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87.1%에 달한다. 전지사업의 매출과 영업익 비중은 각각 37.2%, 13.3%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석유화학의 뚜렷한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전사 이익의 하단을 높여줄 것"이라며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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