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온슈트4를 착용한 모습/사진=KAIST
워크온슈트는 두 다리를 감싸는 외골격형 로봇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 기계장치를 벨크로(일명 찍찍이)와 플라스틱 끈으로 온몸에 연결했다.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로봇을 공중에 안정적으로 매단 안전줄이 연결됐다. 저렇게 육중한 장비를 몸에 달고 과연 걸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잠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로봇 전원을 켜자 몸에 부착된 로봇 모터가 동작하며 힘을 쓰기 시작했다.
끝으로 김 씨는 마의 코스로 꼽힌 ‘계단’ 앞에 선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김 씨는 한 팔은 계단 난간을 잡고, 다른 한 팔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여섯 계단을 단숨에 오르고 내려왔다. 그 모습이 무릎을 굽히고 펴는 동작이 일반인들의 걸음걸이와 유사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워크온슈트4/사진=KAIST
시리즈4가 이전 모델과 달라진 점이라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이전까지 개발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반신 기능을 잃어 근육 등 신체 기능이 퇴화한 장애인들이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이려면 수십 kg에 이르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인체가 이루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모사해 로봇의 무게중심을 설계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쉽게 말해 탑승자의 신체 움직임에 맞춰 보행 형태 및 속도를 다르도록 설계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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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온슈트4는 로봇이 착용자의 걸음을 30보 이내로 분석, 가장 적합한 보행 패턴을 찾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 같은 기능 덕에 연속보행 시 1분당 40m 이상을 걸을 수 있다. 공 교수는 “시간당 2~4km 가량을 걷는 비장애인의 정상 보행 속도와 견줄만한 수준”이라며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하반신 완전 마비 장애인의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오는 9월 예정된 재활로봇올림픽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할 계획이다. 입는 로봇으로 계단 오르내리기, 장애물 회피 등 총 6개 코스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대회다. 공 교수팀은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소방관용 입는 로봇/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용 입는 로봇에 비해 의료용은 시장 수요가 비교적 적다. 게다가 기술도 더 고난도다. 하지만 이 분야를 선점하면 산업로봇 등 다른 부문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기계연구원 측은 “웨어러블 로봇이 향후 보편화 되면 장애 극복은 물론 택배나 물류 등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분야의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나아가 고령화 시대 노동인력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전 세계 입는 로봇 시장이 오는 2025년 83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절반은 의료용 로봇, 나머지는 산업용·군인용 로봇이 나눠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