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동서쪽 빙하 녹는 양 다른 이유, 韓연구진이 찾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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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 남극 지형 구조가 동·서남극 비대칭적 온난화에 미친 영향 최초 규명

동-서 남극 지형 단면도/사진=극지연동-서 남극 지형 단면도/사진=극지연


남극은 지구온난화로 매년 수천억 톤의 빙하가 녹는다. 그런데 동남극에서 사라지는 양은 세종기지가 위치한 서남극의 4분의 1수준이다. 서남극 지역의 연간 빙하 소실량은 약 2000억 톤(t)에 이른다. 이 같은 비대칭적으로 빙하가 녹는 이유를 극지연구소 연구진이 알아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극지기후과학연구부장이 주도하고 서울대·부경대·연세대 한국기상학회 소속 연구원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서남극이 동남극보다 빠르게 녹은 이유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평균 1000미터(m) 정도인 동·서남극의 고도 차이를 원인으로 꼽았다.

남극대륙은 남극횡단산맥을 경계로 동, 서로 나뉘는데, 고도가 낮은 서남극에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대륙 쪽으로 부는 고기압성 바람이 열을 가져왔고, 중위도의 바닷물 유입까지 도와 온난화 현상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도가 높은 동남극에서는 고기압성 바람의 방향이 차가운 대륙 위에서 바다 쪽을 향하면서, 기온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한 기온의 증감 효과가 서쪽에서는 온난화 현상을 증폭시켰지만, 동쪽에서는 늦춘 것이다.

연구팀 예측 결과,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동남극의 온난화 조절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동남극도 급격한 온난화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상승하는 해수면 높이는 53m, 서남극은 6m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최근 수십 년간의 남극 온도 관측 자료, 빙하코어에서 확보한 과거 수천 년의 지면온도 복원 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 수치모델 분석을 통해 이번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전상윤,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공동 1저자)은 “남극에 존재하는 온난화 조절 요인과 특성을 최초로 규명한 성과”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남극의 온난화 정도를 감시-예측하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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